물러나는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 "출총제 폐지 국회통과 감회 남달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11일 기자들과 만난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57)은 전날 사의를 표명해서인지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서 부위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더 이상 머물러야 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자진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호열 신임 위원장의 조직 재정비를 위한 내부 인사를 앞두고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서 부위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정거래 전문가다. 행정고시 15회로 주요 경제부처를 거친 뒤 1988년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공정 경쟁 관련법을 전공했다. 그 뒤 공정위에서 독점국장,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굵직한 사건들을 솜씨있게 처리하는 추진력과 수완을 발휘했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325억원을,지난 7월에는 퀄컴에 사상 최대 금액인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것도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서 부위원장은 "나는 완전한 규제완화주의자"라고 전제하고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으로 특히 대기업들을 자율적으로 놔두고 이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사의를 표명한 부인 신혜경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과 곧 장기 국내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