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속속 독점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서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주력 제품은 모두 리튬이온전지.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현재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니켈수소전지에서 리튬이온전지로 전환하는 추세여서 이들 두 회사의 경쟁은 향후 글로벌 시장의 패권 다툼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LG화학,삼성SDI 잇따라 공급권 따내

첫 포문을 연 것은 LG화학.올해 초 LG화학은 GM이 내년부터 양산할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전지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LG화학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어 지난 6일에는 GM이 2011년에 내놓을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형 플러그인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단독 공급권도 따냈다. 이 전기자동차는 '뷰익' 브랜드로 출시된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총 3억달러 투자 규모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현지공장 건립 비용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억5000만달러의 현금 지원을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얻어냈다. 김반석 부회장은 "현금 지원을 받기 위해 100여개 배터리 업체가 신청했으나 LG화학을 비롯한 9개 업체만이 선정됐다"며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미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의 시장 선점 효과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하이브리드형 '아반떼' 및 기아차가 9월부터 양산하는 하이브리드형 '포르테'에도 리튬이온전지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 3일 독일 자동차 메이커인 BMW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돼 시장 쟁탈전에 본격 가세했다.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서다. SB리모티브가 전지를 공급할 차종은 BMW가 개발하는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전 차종.삼성SDI는 이번 납품 계약 체결로 노트북,휴대폰 전지에 이어 자동차 전지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내년부터 테스트용 차량에 공급을 시작해 2013년 본격 양산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구도 가속화할 듯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자동차용 2차전지를 둘러싼 배터리 업계의 주도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녹색 물결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전기자동차 수요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혼다의 '인사이트'를 앞세워 시장 선두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리튬이온전지가 일본이 생산 중인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효율성이 50% 이상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자동차용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히타치 등도 리튬이온전지 생산 확대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B2B 업종인 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판도는 누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손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며 "초기 협력 관계를 통해 지속적인 판로 확대가 가능한 만큼 제휴 업체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