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과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7일 국회에서 고위급 당 · 정협의를 갖고 내년 재정정책의 방향과 예산지출 규모에 대한 의견차를 좁혔다.

정몽준 최고위원과 김성조 정책위 의장,심재철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등 여당 의원 50여명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핵심쟁점에 대한 격론을 벌인 끝에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배분을 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유지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놓고 견해가 엇갈렸다. 정부는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여당 내부에선 재정건전성을 더 이상 악화시켜선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책위 차원에선 일단 정부에 그 같은 우려를 충분히 전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선에서 그치기로 했다. 또 예산 편성에는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이 조율됐다. 정책위는 더불어 오는 2012년까지 균형재정(관리대상수지 기준)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굳이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당정은 이에 따라 내년 예산규모를 추경까지 포함한 액수보다는 줄이지만 올해 본예산보다는 늘리는 선에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정부 각 부처는 내년 예산규모를 올해 본예산 대비 4.9% 늘어난 298조5000억원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미세조정을 거치더라도 대략 298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4대강 살리기 내년 예산은 축소"

세부 사업 중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편중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여당은 정부가 2012년까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22조2498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하면서 다른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한나라당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세수 부족이 불보듯 뻔한 시점에서 굳이 다른 지출을 희생시키고 국채까지 발행해가면서 4대강 사업을 앞당길 필요가 있느냐"며 "2010년과 2011년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계획돼 있는데 이를 조금 조정하고 대신 2012년 예산은 늘려서 사업 완료시점만 동일하게 가져가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9000억원,내년 6조9500억원,2011년 7조3500억원,2012년 1조7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인 · 소득세 인하 '예정대로'

논란이 됐던 법인 · 소득세 인하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발표한 법인 · 소득세 인하 계획을 '부자감세'라는 지적 때문에 유보할 경우 조세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고 법인 · 소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은 추가 세원 발굴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다만 정부가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를 추진키로 함에 따라 부자증세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현/이태명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