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 사이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은 양국간 경협 긴밀도를 높이는 기폭제가 되겠지만 브릭스(BRICs) 국가와 첫 자유무역협정(FTA)의 끈을 이었다는 의미도 갖는다.

말 그대로 서로를 경제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최근 급증하는 양국 간 교역과 투자를 늘리는 디딤돌을 마련하는 동시에 우리 측으로서는 인구 2위의 거대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에 맞서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다른 FTA에 비해 시장개방 수준이 낮고 관세를 낮추는 속도도 더딘 만큼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인도의 생산 및 소비 잠재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 6번째 FTA 서명..브릭스와 첫 만남
2006년 3월 1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만에 마무리된 한.인도 CEPA는 우리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미국에 이어 6번째로 서명하는 FTA다.

CEPA는 용어만 다를 뿐 사실상 FTA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된 EU와의 FTA까지 감안하면 이번 서명에 따라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빼면 사실상 세계 주요시장의 허브마다 FTA의 끈으로 묶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도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허브다.

미국, 인도, EU 등 3대 경제권과의 FTA가 모두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에서 FTA 체결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의 12.1%에서 35.3%로 3배 늘어나게 된다.

우리의 FTA 특혜무역비중이 35%를 웃돌 경우 2007년 기준으로 미국(37.0%)에 근접하게 되고 중국(19.7%)과 일본(14.7%)을 앞서게 된다.

메인드 인 코리아 제품이 관세혜택을 받는 지역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는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과 함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브릭스의 일원이다.

경제위기로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6.5%와 5.4%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가 갖는 정치경제적인 상징성도 적지 않다.

인도는 세계경제질서 구축에서 개도국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동반자 관계는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고리가 될 수 있다.

◇ 12억인구 구매력..당장보다 중장기효과 기대
이번 CEPA로 당장 우리 경제에 혜택이 급증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2%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과 수입 비중으로 따져도 지난해 2.1%와 1.5%, 올 1~7월 2.2%와 1.1%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나 EU와의 FTA에 비해 개방 폭이 적고 속도도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도 경제의 특징은 '잠재력', '가능성', '역동성' 등의 단어로 압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구가 12억 명을 바라보면서 중국에 이어 2위, 구매력 평가 기준의 국내총생산(GDP)이 3조3천억 달러를 넘나들면서 세계 4위다.

이런 가능성은 이미 한국과의 교역에서 증명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수출액은 90억 달러로 10위 권에 들고 수입액은 66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24억 달러 흑자였다.

작년 교역액 156억 달러는 2004년 55억 달러에서 4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중장기적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과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양국간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의 수출은 28억 달러(80%), 수입 5억 달러(30%), GDP는 1조3천억 원, 고용도 4만8천 명을 각각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양국은 산업구조상 상호보완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철강이나 의류 등은 경합관계지만 자동차와 부품, 전기.전자에서는 우리측이 절대 우위라는 평이다.

인도가 쌀과 밀의 주요 생산국이지만 농수산물의 경우 우리 측이 개방을 최소화하면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발효 목표..다음 파트너는?
이 CEPA는 이르면 내년부터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의 경우 이미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우리만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면 된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잡고 있는 한.EU FTA보다 시행이 빠를 수 있다.

정부는 가을 정기국회에 한.인도 CEPA 비준동의안을 낼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울러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캐나다, 걸프협력이사회(GCC),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페루 등 11개국 6개 경제권과의 협상도 진행하고 러시아, 터키 등 15개국과의 협상 준비나 공동연구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시작한 호주와의 FTA 협상을 주목할만하지만 진도를 감안할 때 연내 타결을 점칠 수 있는 것은 GCC 한 곳이 유력해 보인다.

아울러 협상을 시작했다가 중단한 일본, 아직 공동연구 단계인 중국과의 FTA 가능성이 최대 관심사지만 지금으로선 진척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