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를 3시간여.군마현 오타시 팰타운에 이르니 지붕마다 태양광 전지판이 얹혀진 마을이 나타난다. 이 마을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가정은 553세대.연간 세대당 전력 사용량인 4800㎾ 중 4000㎾를 자체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중앙집중형 태양광 발전 마을이다.

팰타운 같은 그린 빌리지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태양광 발전 시범마을인 팰타운과 연료전지 시범마을인 후쿠오카 마에바루시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범도시인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와 바이오 가스를 상용화한 스웨덴의 웁살라 등도 그린 빌리지 모델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야 제주도 구좌읍에 스마트 그리드 시범 마을을 설치할 계획을 확정한 한국보다 몇 년 앞섰다.


◆집중형 태양광 마을, 팰타운

일본 군마현의 팰타운이 조성된 것은 2002년 12월.마을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전력이 중앙컨트롤센터에 집중되고 분산된다는 점이 개별 태양광 발전 주택과 다르다. 세계 최초의 중앙집중형 태양광 발전 클러스터다.

태양광 발전 클러스터의 장점은 전력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553세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한곳에 모아 필요한 가정에 제때 공급할 수 있어서다. 중앙컨트롤센터가 변전소 역할을 한다. 당초엔 부작용도 우려됐다. 일시적으로 전력 생산이 많아지면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작년까지 연구를 수행해보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배터리와 차단기 등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전혀 낭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결과 개별 태양광 주택보다 효율이 20% 이상 높아졌다. 똑같은 면적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는 2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주민들의 전기료는 반값 이하로 뚝 떨어졌다.


연구를 진행한 간덴코의 스기하라 히로유키 박사는 "시범 운영 기간인 6년 동안 별 사고는 없었다"며 "집중화된 태양광 발전 마을에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 게 확인돼 태양광 발전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타시는 이에 힘입어 600가구로 구성된 태양광 발전 마을을 해마다 1개씩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설치비가 가구당 300만엔(약 3800만원)으로 비싸다는 점.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치비의 상당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수소타운 마에바루시

일본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60㎞가량 떨어진 마에바루시.깨끗하게 정리된 전형적인 주택단지다. 다른 점은 마을 한켠에 거대한 가스저장소가 있다는 점.집마다 두 개의 기계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소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장치다. 이런 집이 150세대 모여 있다. 세계 최대의 수소연료전지 시범마을이다.

마을에 가정용 연료전지가 집단적으로 설치된 것은 지난 1월.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연료전지가 가정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1㎾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신일본석유가 개발해 공급했다. 세이부가스에너지는 수소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LPG 공급을 맡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장점은 24시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태양이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보다 한발 앞서 있다.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온수를 끓이고 난방도 할 수 있다. 1㎾급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으로 필요한 전력의 70%와 온수소비량의 80%를 충당할 수 있다.

시험가동 7개월이 지난 지금,실험은 성공적이다. 고장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지난 1월부터 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있는 주부 다치카와 도모코씨(43)는 "전기료가 월 9000엔(약 11만6000원)에서 4000엔(약5만1000원)으로 줄어 만족도가 아주 높다"며 "리모컨으로 간단하게 기계를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신일본석유는 이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을 본격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320만~350만엔(약 4100만~4500만원).정부가 150만엔을 보조하고 있지만 싼 편은 아니다. 세이부 가스에너지의 사카 다케시 매니저는 "마에바루시의 실험가동이 2012년에 끝난다"며 "이 기간 동안 기술을 보완해 1대당 50만엔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 · 학 · 연 합작품인 일본 그린빌리지

일본의 그린 빌리지 사업은 정부와 업계 대학 공동의 산 · 학 · 연 합작품이다. 군마현 팰타운의 주체는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다. NEDO는 일본의 각종 신에너지 기술과 정책을 총괄 관리감독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기구다. 팰타운의 경우 간덴코,메이덴사,신코베 전기,마쓰시타,도쿄대,니혼대 등과 세계 최고 태양광 발전 기술을 자랑하는 미쓰비시,산요,샤프,교세라 등이 참여했다.

후쿠오카 수소타운도 산 · 학 · 연 연계조직인 '후쿠오카 에너지 전략회의'가 주도하고 있다. 총 522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는 일본 최대의 산 · 학 · 연 조직이다. 전략회의는 △수소에너지의 연구개발 △수소타운 가동 △수소 인재 육성 △수소 정보 거점 구축 △수소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수소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팰타운 · 마에바루시=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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