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도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들면서 51억4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났다.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20.1% 줄어든 327억3000만달러,수입은 35.8%나 감소한 275억9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 1월 460억달러까지 줄었던 월간 교역액(수출+수입)은 603억1000만달러로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교역액 증가에도 7월 수출 증가율이 20% 넘게 감소한 이유는 작년 7월 수출이 급증(35.6%)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대중 수출 회복 조짐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액정디바이스 등 일부 주력 품목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대 중국 수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15.7% 줄어드는 데 그쳤다. 6월 동기(-22.9%)나 5월 동기(-22.8%)의 감소폭에 비하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 부양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출 감소폭이 줄고 있다"며 "특히 액정 디바이스의 대 중국 수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 시장과 중남미 아세안 등 신흥시장의 수출 감소율은 20~30%대로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액정디바이스 수출 급증세

품목별로는 LCD와 같은 액정 디바이스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33.6%나 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 북미 EU 등 주요 시장의 TV 수요 증가로 수출 물량이 늘고 가격도 회복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수출입동향 분석보고서에서 "각국 경기부양책의 본격화로 LCD 등 액정 디바이스 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액정 디바이스를 경기부양책의 최대 수혜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3년치 일감을 확보해 둔 선박도 7.6%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7월 수출은 각각 15.5%,18.1% 줄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지만 전체 수출 감소율(20.1%)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경쟁 업체들의 감산으로 한국 기업들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향후 단가 회복이 얼마다 빠르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달 유럽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철강제품 석유제품 일반기계 등의 수출은 여전히 40~50%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본재 수입감소 둔화… 경기회복 신호

전체 감소율이 35.8%에 달한 수입 부문에서도 일부 긍정적 지표가 감지됐다. 향후 수출과 산업생산 동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본재 수입 감소폭이 둔화된 것이다. 상반기 감소율이 26.3%에 달했던 자본재 수입의 7월 감소율은 13.1%로 개선됐다. 설비투자를 위한 반도체 장비,일반기계 등 자본재의 수입 물량이 늘면서 감소세가 현저하게 둔화됐다. 상반기 70.8%에 이르렀던 반도체 장비 수입 감소율은 7월에 29.7%로 축소됐고,상반기 17.5% 감소한 일반기계 수입액도 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만 7월 전체 수입 감소율이 35.8%에 이른 것은 원자재 수입액이 41.9%나 급감한 데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30달러였던 원유 도입 단가는 지난달 70달러까지 떨어졌고,천연가스도 같은 기간 t당 830달러에서 407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 감소율은 각각 51.5%,65.9%를 기록했다.

정만기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자본재 수입 감소세의 둔화는 하반기 수출이나 설비투자와 같은 분야에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