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형 창업으로 제2의 벤처 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엔젤 투자시장이 활성화 돼야 합니다. 물론 모럴해저드에 빠지지 않도록 벤처 비즈니스에도 '페어 플레이' 정착이 중요합니다. "

남대우 전 신보창업투자 사장(현 SK에너지 사외이사 · 71)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이테크형 기술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 주도가 아닌 개인투자자인 엔젤 중심의 벤처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남 전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옛 상공부와 재무부에서 과장을 지낸 뒤 신용보증기금의 전무와 신보창업투자의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1976부터1997년까지 20년 넘게 신용보증기금과 신보창투에서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업무를 하면서 국내에 '엔젤투자자' 개념을 첫 도입한 주역이다.

남 전 사장은 벤처 창업자가 한번의 실패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실패를 성공의 뿌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도한 금융 지원이 아닌 엔젤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정부가 실행 중인 각종 특례보증은 오히려 실력 있는 벤처인들에게 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비효율적 현상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남 전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정착된 동업창업이나 엔젤투자 문화가 한국에도 되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전 사장은 한국형 엔젤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음성적인 돈의 개입을 막고 경영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연륜 있는 엔젤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는 경영권을 보장받고 언제든지 엔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