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소상인과 대형마트 측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현재까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SSM 입점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을 신청한 지역은 모두 14곳이다.

지금까지 사업조정 신청이 매년 4~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추세다.

현재는 중소상인 측이 거친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 갈산동 홈플러스 SSM에 대해 정부의 일시정지 권고를 이끌어낸 것을 '승기를 잡았다'고 자평하며 기세가 등등한 슈퍼마켓연합 측은 지속적으로 지역 슈퍼마켓조합에 사업조정 신청을 독려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수세에 몰린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슈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단 신규 SSM 출점을 자제하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초 SSM을 규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유통산업 관련법 개정 전에 최대한 많은 점포를 출점해놓겠다는 '속도전' 전략이 암초에 부딪힌 이들 업체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SSM의 신규 출점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SSM 사업을 직영체제에서 편의점 사업처럼 자영업자에게 운영을 맡기는 가맹점 체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측이 영업시간.품목조정과 허가제.등록제 도입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의 대표격인 체인스토어협회와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측은 지속적으로 물밑접촉을 하고 있지만 매번 이 문제에 부딪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슈퍼마켓연합회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대형마트 오너가 용납 못 할 것이라 본다"며 "현재로선 답이 없다.

사업조정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청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90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양측의 합의가 없고 중소기업 측의 피해가 명백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중소기업청은 최대 6년까지 대기업의 해당 분야 진출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슈퍼마켓을 필두로 서점, 주유소 등 전 산업 분야로 갈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선례로 남을 이번 SSM 사업조정 건에 대해 정부가 강제적 조치를 내리는 상황은 그야말로 '최후.최악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기청은 어떻게든 양측이 갈등을 스스로 봉합하고 자율적 합의로 끝날 수 있도록 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대형마트와 중소 슈퍼마켓이 자체적으로 상생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며 "중기청이 사업조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율 조정을 강조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중기청이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곧 SSM 개점에 대한 구체적 규제기준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다는 점이다.

중기청은 다음 달 21일 이후에 들어오는 사업조정 신청 건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양측이 서로 부담을 갖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지자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아무래도 상생 방안이 지금보다 쉽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