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조선ㆍ해운경기 침체로 올해 최악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첫 대박 계약이 터졌다.

삼성중공업이 29일 유럽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과 컨소시엄 파트너인 프랑스 테크닙사(社)에서 발주한 액화천연가스-부유식원유저장 하역설비(LNG-FPSO) 공급자로 선정됐다고 밝힌 것.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맺은 계약은 향후 15년간 로열더치셸이 발주하는 대형 LNG-FPSO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부가가치 해양설비인 LNG-FPSO의 척당 가격이 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계약기간 안에 총 10척,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국내 조선업계가 겪어온 `수주가뭄'을 해소할 단비같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들이 기록한 수주액은 3사를 합쳐 12억3천만 달러에 그쳤다.

조선업황이 최고조에 이르던 작년 상반기에 3개 회사의 수주실적이 204척, 341억1천만 달러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실적이다.

수주액만 놓고 봐도 작년 대비 96.3%나 급감한 것이어서 이 업체들에게 올해 상반기는 사실상 `잃어버린 세월'과도 같다.

이 같은 불황 속에서 조선업계는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해양개발 프로젝트가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상선을 수주할 때보다 수주금액이 월등히 높은 만큼 조선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공급하기로 한 LNG-FPSO 1척의 수주액은 초대형 유조선 35척을 수주한 경우와 맞먹는다.

이처럼 조선사에 고수익을 안겨줄 해외프로젝트 중에서 삼성중공업이 첫 수주를 기록함에 따라 향후 국내 조선업계에 초대형 수주 소식이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수주전(戰)이 한창인 사업 중에는 호주 북서해안 가스전 개발사업인 고르곤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 중에서 총 20억 달러 규모인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모듈 분야 입찰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나란히 참여하고 있다.

최종 계약자 선정이 다음달 말께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 업체들은 막바지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해양플랜트 발주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최근 이 회사는 2013년까지 1천774억 달러를 심해유전 개발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으며 유전 개발에 필요한 해저 시추선 등의 발주 규모는 57척, 4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페트로브라스는 하반기에 드릴십과 반잠수식시추장비(드릴링리그) 7척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설비는 금액이 7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페트로브라스에서 탈세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이 불거져 이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조속히 발주가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