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자책(e-북) 사업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정체돼 있던 국내 전자책 시장이 본격 성장을 위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독서,메모,일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 'SNE-50K'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오는 31일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와 교보문고 광화문점,강남점,목동점,잠실점 등에서 판매한다.

SNE-50K는 기존 전자책과 달리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쓰기' 기능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펜으로 종이에 쓰듯 자유롭게 메모를 하고 저장할 수 있다. 단말기와 함께 제공되는 '가상 프린터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는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의 문서 파일을 그림 파일로 자동 변환해 볼 수 있다.

화면 크기는 5인치이며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장돼 있는 512메가바이트(MB)의 메모리에는 400여권의 책 또는 8000여장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다. 제품 두께는 9㎜이고,무게는 200g이다. 전력 소모도 매우 낮은 편으로 5초마다 페이지를 넘기면 최대 4230페이지까지 볼 수 있다. 가격은 33만9000원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교보문고와 공동 마케팅을 벌이며 국내 전자책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들 두 회사는 이번 전자책 출시로 국내에서 관련 콘텐츠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2006년 약 2100억원 규모에서 2010년 1조600억원,2012년에는 2조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지난 2007년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이 80만대 이상 팔리며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반즈앤드노블도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국내에선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전차책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선 표준 확립이 잘 이뤄지지 않고 단말기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의지가 약해 시장이 정체돼 있었다"며 "이번 삼성전자의 진출로 전자책 시장이 점점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