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선진화 작업이 얼마나 진척됐을까.

정부는 작년 8월11일 1차 계획을 시작으로 6차례나 대대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공공기관 선진화에 강한 애착과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로 인력감축, 통폐합, 초임삭감, 운영체계 개편 등 주요 과제에서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대포장되거나 시장상황 등을 이유로 일정이 늦춰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미 쏟아낸 계획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동시에 하반기에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보수체계 개편에도 나설 방침이어서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원.인턴.초임 목표 달성..과대포장 지적도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원 감축 문제의 경우 현재까지 정원을 2만2천명 줄여 계획(2만2천300명) 대비 98.7%의 실적을 올렸다.

129개 대상기관 중 123개가 정원 조정을 완료했다.

청년 실업난을 덜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1만2천명의 인턴을 채용토록 했던 계획은 6월말 현재 1만2천937명이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 목표치를 7.8% 초과달성한 상태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 인하 과제의 경우 대상인 262개 기관 모두 인하 방침을 정한 데 이어 현재까지 243개 기관이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평균 삭감폭은 15%가량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정원 감축의 경우 공공기관 현원이 정원보다 1만1천명 가량 적은 상태에서 이뤄진 만큼 현원에서 실제로 줄여야 하는 인원은 2만2천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대포장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실적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공공기관 인턴제 역시 실업난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됐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 이렇다할 방책이 없다.

정부로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할 수도 없어 신규채용시 최대한 인센티브를 주라는 선처 호소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

임금 삭감 역시 대졸 초임에만 해당됐을 뿐, 기존 직원의 삭감은 한 군데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40~50개 기관에서 올해 임금을 일부 반납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더욱이 임금이 삭감된 대졸 신입의 경우 간부직이 되면 기존 임금체계로 편입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간부 진급시 임금이 폭등할 여지까지 있다.

◇민영화.통폐합 준비는 착착..실제 성과는 미미
민영화의 경우 대상 기관 24개 중 농지개량, 안산도시개발, 한국토지신탁 등 3개 기관의 매각공고가 이뤄졌고, 나머지 21개 기관은 매각을 준비하기 사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7개 공공기관의 통합 과제는 상반기까지 18개 기관의 통합이 끝났고, 나머지 절반은 통합이 진행중이거나 통합에 필요한 법안 심사절차를 밟고 있다.

기능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20개 기관은 절반 정도 마무리됐다.

정리금융공사, 노동교육원, 코레일애드컴 등 폐지 대상 5개 기관은 전부 폐지돼 작업이 완료됐다.

하지만 민영화나 통폐합 과제는 인력 조정이나 임금 삭감에 비해 진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계획 발표 때부터 대형 공공기관이 민영화 대상에서 빠지면서 비판론이 없지 않았던 데다 실제 매각이 성사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외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14개 기업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 지분매각이 추진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매각 얘기는 쑥 들어가 있는 상태다.

◇하반기 민영화.보수체계 개편에 고삐
정부는 선진화 추진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반기에도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진도가 느린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랭하는 바람에 민영화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일정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강호인 공공정책국장은 "경기 상황 때문에 민영화 일정이 늦춰진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제거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수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연봉제나 임금피크제,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을 독려했지만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무늬만 연봉제인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호봉 테이블 폐지, 성과연봉 비중 및 차등폭 확대 등 내용을 담은 보수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5월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보수 ▲직급과 조직 ▲사업구조를 3대 거품이라고 지목했다.

감사원 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노사 간 각종 합의나 복리후생비 지급현황을 상세히 공시토록 한 것도 이면합의나 과다 복리후생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