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머랠리의 주역은 '주식회사 미국'의 2분기 깜짝실적이다. 지난 8일 미 최대 알루미늄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문을 연 2분기 어닝시즌은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인텔 등 주요 금융사와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다우지수가 훌쩍 9000선을 돌파하게 만들었다. S&P500 기업 가운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58개사 중 75%가 예상치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다. 이 같은 기업 실적 호전은 투자심리를 북돋웠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우지수가 조만간 10,000선을 뚫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인 렐러티브 밸류 파트너스의 모리 퍼티그 애널리스트는 2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우지수가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밸류웍스의 수석 투자분석가 찰스 레모니데스는 "향후 6개월 안에 다우지수가 12,000대에 도달한다고 해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며 수년 뒤엔 15,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S&P의 하워드 실버블랫 인덱스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매출 감소폭이 1분기보다 훨씬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실적이 더욱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우지수가 9000대를 넘어선 이날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인공들은 포드와 AT&T였다. 미 자동차 '빅3' 중 유일하게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던 포드는 2분기 23억달러(주당 0.69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도 272억달러로 월가 예상치였던 248억달러를 넘어섰다. 포드 순이익은 34억달러의 부채 경감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이를 제외하면 6억3800만달러(주당 0.21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당초 예상치가 주당 0.49달러 영업손실이었음을 감안할 때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미 최대 통신업체 AT&T는 2분기에 32억달러(주당 0.54달러)의 순이익을 내 월가 예상치인 주당 0.51달러를 앞질렀다. AT&T는 애플 아이폰 가입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로 미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캐터필러는 지난 22일 시장 예상치의 3배를 웃도는 3억7100만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잇따른 미 기업들의 깜짝실적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나오고 있다. 트레디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벤 할리버튼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겐 비용 절감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직업을 잃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실업률인 가운데 정리해고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업자들이 소비 침체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블 딥(소폭의 경기회복 직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금융위기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으며 세계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최후의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며 "최근 증시 강세는 그저 중앙은행의 무차별 유동성 공급에 따른 반대 급부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