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고전할 때 전부문서 영업흑자 달성

지난해 4분기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가 불과 2분기 만에 경기 침체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의 올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5%, 66% 떨어지는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올린 성과여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라 할만하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시장 2, 3위 업체인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아직 흑자로 전환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흑자전환에 성공해 `글로벌 강자'의 지위가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재입증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올 2분기 작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됨에도 삼성전자는 1분기 대비 14% 증가한 5천230만대를 판매했고,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20%대에 올라섰다.

◇ 휴대전화·TV '역시' =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006년 11.3%를 기록하고 나서 2007년 14.4%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16.7%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2분기와 같은 점유율이 하반기까지 유지되면 올해 전체 점유율이 20%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에도 휴대전화 판매 가격은 평균 124달러로 전분기 대비 2% 증가해 마케팅 비용 증가에도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평판 TV는 전체 시장 수요가 전분기 대비 6% 성장하는데 그쳤음에도 삼성전자는 판매량에서 10% 이상 성장해 시장을 주도했다.

올 3월 출시한 LED TV는 지난달까지 50만대가 판매돼, LCD TV에 이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체 TV, 평판 TV, LCD TV 등 3개 부문에서 수량 기준으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는 12분기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생활가전 분야도 글로벌 불황을 이겨냈다.

프리미엄급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는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냉장고의 경우 전분기 대비 매출이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 반도체·LCD 시장 최강자 확인 = 올 2분기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력 제품인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전분기 대비 20% 정도 올랐지만 여전히 주요업체의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1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최근 2~3년 경기 호황에 맞춰 물량을 쏟아내며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출혈경쟁에 돌입했던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고, 2분기에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적자 탈출에는 실패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2천400억원의 흑자를 내며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실현했다.

과거 2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때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치열한 출혈경쟁에서 가장 먼저 체력을 회복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D램 가격 회복에도 대만업체들이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동안 가동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고, 40나노 공정의 DDR 3 D램 양산을 시작하는 기술 격차를 더 벌렸다.

1분기에 3천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LCD 부문도 2분기에 1천5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LCD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34% 증가했다.

최근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는 LCD 시장은 3분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6대9 비율의 멀티미디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240㎐, LED 백라이트 등 차별화한 제품으로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 3분기 성장..환율 추이가 변수 = 올 3분기에는 TV와 휴대전화 수요가 2분기에 이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D램 가격과 LCD 패널 가격도 오름세를 보여 실적 전망이 일단 긍정적이다.

TV 시장과 휴대전화 시장이 각각 10%, 6%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으로 마케팅 비용 증가와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시장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2분기 실적 개선에 밑바탕이 됐던 환율 효과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과거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지난해 2분기 1천40원 안팎이었던 환율은 올 2분기 200원 가까이 오른 1천200원 선에서 움직였다.

주요 수출기업에는 분명히 유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반면 엔화는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니, 샤프 등 삼성전자의 일본 경쟁업체들은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해외거래 비중이 큰 데다 거래통화도 다양하기 때문에 환율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