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살까지만 탬버린 치고 싶어요. "

며칠 전 아침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사내 방송에 나온 인터뷰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날 방송의 주제는 '회식'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직원은 회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졸음을 참고 노래방에서 밤새 탬버린을 쳐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뷰는 이어졌다. 한 여직원은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탬버린을 쳐서 손바닥에 시꺼먼 멍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직원은 "소주 맥주만 섞어도 힘든데 소백산맥(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은 정말 죽음이에요"라며 회식문화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날 방송은 '술병이 쌓이는 회식보다 정과 소통이 쌓이는 회식을 하자'는 멘트로 끝났다.

23일에도 인터뷰 형식의 방송이 이어졌다. 주제는 선후배 관계였다.

직원들은 "퇴근하려 할 때 김 대리 하고 부르면서 일을 시키려고 하면 '울고싶어라'라는 노래가 생각난다(배경음악으로 이 노래가 깔린다)" "한 시간 전에 업무를 주고 10분도 안돼 또 다른 일을 시키는 선배도 있다"고 진솔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반면 선배들은 '실수하더라도 도전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적당히 묻어가려는 후배,가방끈 긴 것이 모든 것인 것처럼 행동하는 후배' 등을 싫어하는 유형으로 꼽았다.

이런 형식의 방송은 과거 한 방송사가 연속 인터뷰만으로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가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보고서'를 주제로 한 방송은 미국 유명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삼성보고서 문화의 문제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삼성의 한 직원은 "과거엔 방송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눈길을 끌면서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내 방송이 딱딱한 포맷을 벗어나 보고서,회의,회식,선후배 관계 등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재미(인터뷰,영화 등의 형식)와 메시지(개선점)까지 가미함으로써 '통(通)하는 미디어'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