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환경 변화와 정책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위기 이후에 대비해 유동성(流動性)을 회수하는, 이른바 출구전략 수립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비상상황에서 내려졌던 금리인하, 유동성 지원책 등의 조치들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춰 정책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얘기이지만 문제는 과연 지금이 그런 정책적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아직은 시기상조다.

물론 KDI가 제안하고 있는 정책방향들 중에는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들도 적지 않다. 시중의 유동성 상황이 지난해 리먼 사태 이전으로 회복된 만큼 은행의 외화유동성 지원을 위한 비상조치 등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은 출구전략이라고 할 필요도 없이 상황 개선에 따라 부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유연한 정책적 대응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같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논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선제적 대응을 요구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통화당국의 의도와 달리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필요시에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경기상황이 아직은 긴축정책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에 비해 2%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지난 상반기 국내경기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정책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도 이것이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실물경제 생산지표들이 아직도 예전수준을 회복하지못하고 있고, 고용시장도 개선은커녕 뒷걸음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유동성이 버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금리인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자칫 경기만 죽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 보다는 경기회복의 기대를 높여 유동성이 투자 등 실물부문 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한마디로 섣부른 출구전략은 경기를 다시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