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비에이치의 김재창 대표(사진)는 회사 설립 후 지나온 10년이 꿈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설립 때부터 주위에서 모두 말렸지만 세 차례나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올해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소매를 걷어붙였다. 국내 공장의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현지법인을 챙기느라 출장이 잦다. 물론 신제품 연구개발도 직접 독려한다.

세 차례의 승부수 중 첫 번째는 회사 설립 그 자체였다. 김 대표가 1999년 3월 공동 창업자 이경환 회장과 함께 FPCB를 주력 제품으로 회사를 만들려고 하자 주위에서는 한결같이 "리스크가 너무 큰 사업"이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얼마 뒤 PCB 시장은 휴대폰 등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첨단 IT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김 대표의 예상이 적중,FPCB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비에이치도 이 분야 강자로 부상했다.

이뿐만 아니다. 2004년 준비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 중국 공장도 주변의 만류를 극복하고 이뤄 낸 결과다. "다들 중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는 마당에 중국 공장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김 대표는 고객이 있는 곳에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한다는 '넥스트 도어(Next Door)' 전략에 따라 중국 산둥성 하이양시에 풀 라인을 갖춘 공장을 세웠다. 김 대표는 "중국 공장은 가동도 하기기전부터 대형 IT 기업들의 주문이 폭주하는 등 회사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금광개발 사업도 김 대표의 승부수였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해외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직접 개발이 아닌 금광 채굴회사 지분 투자라는 방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10년간 큰 승부수를 던지며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김 대표의 다음 승부수는 '세라믹 FPCB'다.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 FPCB는 2006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최근 개발을 완료했다. 김 대표는 "세라믹 FPCB는 내년부터 상용화될 가능성이 많아 새로운 미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LCD TV 및 휴대폰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기존 주력 사업은 안정된 현금 창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새로운 10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신수종 사업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극심한 불황이라던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체력이 탄탄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해외 PCB기업의 인수 · 합병(M&A)도 추진해 해외시장 매출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에서 PCB업체가 올릴 수 있는 매출 규모는 1000억원 안팎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 벤처를 설립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거점을 챙기기 위한 잦은 출장으로 몸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향후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자의 사명감을 갖고 하루 하루를 일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PCB 전문업체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