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맞는 휴가라 예년만큼 마음이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름휴가철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불황에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휴가를 잘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흔히 휴가라고 하면 여행지를 고르고 교통과 숙박에 관련된 사항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휴가를 떠나기 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꼼꼼히 챙겨보는 일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금융사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더욱 즐겁고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귀중품을 두고 집을 장기간 비우는 것이 불안하다면 은행의 대여금고 서비스를 이용해 보자.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전국 2300여개 점포에 35만여개 대여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여름휴가 기간에 고객들에게 금고를 무료로 빌려줘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게 한다. 거래관계가 없는 고객에게까지 무료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도 있다. 무료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은행에서도 돈을 내고 금고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안전한 휴가를 위해서는 여행자보험과 자동차보험 임시 운전자 확대 특약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여행자보험은 여행 중 질병이나 상해를 당했을 때 이에 대한 치료비를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특히 해외여행 중 다치거나 병에 걸린다면 국내에서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해외여행을 갈 때는 여행자보험 가입이 필수다.

자가용을 몰고 여행을 떠난다면 자동차보험의 운전자 확대 특약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친지나 친구 등 제3자가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낼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나 자동차 회사가 주요 휴양지와 고속도로 등에서 운영하는 임시 차량 정비소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차량에 고장이 생겼을 때 임시 정비소를 이용하면 간단한 정비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환전도 중요한 준비사항 중 하나다. 환전을 미리 해 놓지 못해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 부랴부랴 외화를 바꾸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같은 금액을 환전할 경우 공항에서 환전을 하면 시내 은행 지점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최대 3% 이상 불리하다.

환전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평소 거래가 많은 주거래 은행을 이용해 수수료 할인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수료 할인 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지점 창구의 직원과 밀고 당기기를 할 필요도 있다. 은행으로서는 휴가철 환전 수수료 수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수료 할인을 많이 해주고서라도 고객을 잡으려고 한다.

신용카드도 휴가를 갈 때 꼭 지참해야 한다. 단지 지불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카드사가 휴가철을 맞아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7월과 8월 두 달간 국내 주요 물놀이시설에서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개의 카드로 최대 4명이 50% 할인된 가격에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항공권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 등 여행에 관련된 각종 부가 서비스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야 한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원화로 결제해 주겠다는 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환율을 따질 필요 없이 원화로 결제돼 편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제에서 대금 청구에 이르는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현지 상인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대로 환율을 적용하기도 해 현지 통화로 결제할 때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휴가 중에도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은행 업무가 있다면 은행들이 운영하는 이동식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 시중은행들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부산 해운대와 강릉 경포대 등 주요 해수욕장에 이동식 은행을 설치하고 입 · 출금,송금,카드 발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실탄(휴가비)이 부족해 올 여름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됐다면 여행적금부터 가입하자.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면 내년 여름휴가는 즐겁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행적금은 우대금리 혜택은 물론 여행상품 할인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휴가비 마련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