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슈퍼슈퍼마켓(SSM) 사업이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전국적으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SSM 개점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하고, 중소기업청도 이들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1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 슈퍼마켓 형태의 소형 점포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어렵게 됐다.

우선 홈플러스는 중기청의 사업조정 절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기청은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의 개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제출한 사업조정 신청서를 지난 18일 넘겨받아 개점을 보류시키는 `일시정지'를 권고할지를 검토 중이다.

결론은 늦어도 21일 오전까지 내려질 예정이지만, 일시정지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시정지 권고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대형 유통업체에 처음으로 내려지는 사업조정 결정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외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테스코 입장에선 법적인 강제력이 없더라도 중기청의 권고를 무시하기가 어려운 처지이다.

게다가 주변 소상인들이 개점 반대를 촉구하며 이 점포 주변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어 개점하더라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주변 상인들이 스크럼을 짜고 점포 접근을 막아 손쓸 방법이 없다"며 "이 상태로는 도저히 문을 열 수가 없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이곳에서뿐만 아니라 청주에서도 소상인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에 대해 지난 17일 청주시 재래시장 상인 150여 명과 슈퍼마켓 상인 50명 등 모두 200여 명이 청주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청주 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가 24시간 영업 철회 등 가시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업증 반납 운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대형 유통업체들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지역상권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SSM과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제한하기 위해 도시계획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 가장 빠르게 SSM을 늘리는 데 성공해 그동안 일반 편의점보다 다소 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전국에서 158개 개설했다.

그러나 이른바 `골목상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중소상인들의 집단 반발과 서민보호 대책을 부각시키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물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마트와 신세계 이마트도 이런 분위기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확장 계획은 총체적으로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늘리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