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일본 국민들이 불황기에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면서 최근 개인들의 정기예금이 7년만에 최대로 늘었다.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20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개인들의 정기예금 잔액(일본 국내은행 기준)은 총 195조엔(약 2600조원)으로 1년전에 비해 4.9% 증가했다.잔액 기준으로 7년만에 가장 많은 액수다.일본에서 최근 정기예금은 매달 1조엔씩 불어나고 있어 사상 최대인 2001년1월말의 201조엔을 연내에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들의 저축 성향을 보여주는 정기예금 증가가 뚜렷한 가운데 주로 생활비로 쓰이는 보통예금은 지난 수년간 160조엔 수준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개인들의 여유 자금이 원리금을 잃을 위험이 적은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2002년 일정 한도의 원금에 한해서만 정부가 예금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도입되고,정부도 ‘저축 보다는 투자’를 강조함에 따라 주식과 투신상품(펀드) 등 위험자산으로 개인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이에 따라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006년에는 한때 170조엔까지 줄었다.그러나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의 혼란으로 자금 역류가 발생하면서 정기예금은 늘어난 반면 주식과 펀드 잔액은 크게 줄었다.주식과 펀드 잔액은 2007년6월의 280조엔에서 올 3월에는 126조엔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한 상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