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부유세 논란으로 뜨겁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공개한 전면적인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발단이다. 이 법안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절름발이 상태인 의료보험을 전면 개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가 밝힌 법안에 따르면 부부합산 연소득이 35만~50만달러인 부유층에 대해선 부가세(income surtax)를 1~2% 새로 부과하고,50만~100만달러인 계층에는 1.5~3%의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개인 및 가구당 소득이 연간 100만달러를 넘는 계층에 대해서는 5.4%의 부가세를 매기기로 했다.

세수합동위원회는 이를 통해 10년간 5440억달러의 세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추가 재정 악화 없이 의료보험이 없는 4600만명에게 공공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유세 도입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겠다는 정책의지가 깔려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엔 앞으로 10년간 1조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상원에서는 연간 개인소득 50만달러 이상 혹은 부부합산 100만달러 이상인 고소득 계층에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백만장자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바마 정부는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축소할 계획이다. 이를 테면 부자들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공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 일부 상원의원들은 개인들의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에 1.45%의 의료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의료세는 임금과 같은 고정소득에만 부과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또 사회보장세 과세 강화를 통한 사회안전망 개편도 추진 중이다. 현재 내고 있는 지불급여세(payroll tax) 외에 연소득이 25만달러를 넘는 급여소득자는 추가로 1~2% 과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부유세 도입에 대해선 반발이 만만치 않아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 세수합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켄 키스씨는 "모든 정책부담을 부유세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에는 부자가 많지 않다"며 "세 부담을 느끼는 일부 부자들이 세금피난처로 떠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마이크 펜스 의원은 "연소득 25만달러 혹은 그 이상 계층의 절반가량이 자영업자이며,부유세는 경기침체 해소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개혁법안을 두고 양당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16일부터 법안 심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