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소식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최근 모멘텀을 찾지못하던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마치 땅이 꺼지듯 5일 이동평균선(1420)과 10일선(1416), 20일선(1400), 60일선(1391)이 모두 붕괴됐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하루만 50p 이상 급락하며 1370선까지 밀려났다. 특히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선·현물 매도에 나섰고 기관들도 매도 공세에 합세, 코스피 지수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도 2개월여만에 1300원대로 올라섰다.

◆방향잃은 코스피, 지지선 없이 50p 폭락
13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인 10일보다 50.50p(3.53%) 폭락한 1378.12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7월 소비자신뢰지수의 예상외 악화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소폭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투자주체들의 매매가 엇갈리면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처분하면서 낙폭도 커졌다.

미국 은행 순위(자산 기준) 20위인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 준비 소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췌장암 투병에 대한 보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2322억원 어치 주식을 처분했으며 선물시장엔선 8300계약 이상 처분하면서 23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했다. 기관도 1552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3766억원을 사들이며 지수급락을 방어하려 했으나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지난 10일 보다 19.22p(3.88%) 급락한 476.05를 기록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경우 아시아 증시에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외국인 관심도 지속되고 있어 최소한 하방 경직성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제한적인 수준의 차별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32원 폭등…두달여만에 1300원선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2.3원이 폭등한 1315.0원으로 마감하며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지난 금요일보다 6.3원이 상승한 1289.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2.0원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장 초반 1280원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은 국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오후 들어 코스피가 3% 이상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격하게 상승폭을 늘려나갔고 환율은 1300원선을 이내 돌파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나타내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졌고 이에 글로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언론 보도로 북핵 관련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내며 환율에 상승압력을 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들이 꾸준히 공급됐으나 국내외적인 악재에 역외 달러 수요를 감당해내지 못했다"며 "코스피지수 폭락과 외국인 순매도세로 환율 폭등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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