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잇따라 이사회와 경영진을 개편하며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신용위기 늪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온 만큼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 출발하려는 의지의 일환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던 BOA GM 등 일부 기업들은 경영진 견제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을 따로 선임했다.

씨티그룹은 3월 취임한 에드워드 켈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존 거스패치 최고회계책임자(CAO)가 CFO로 임명됐다고 9일 발표했다. 또 그룹 핵심 소매금융 사업부인 씨티은행의 CEO에는 유진 매퀘이드 전 메릴린치 부회장을 영입했다. 그동안 씨티은행 경영을 맡던 윌리엄 로즈는 씨티그룹 선임 부회장으로 남아 국제영업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홀딩스의 게리 크리텐든 회장은 사임했다.

씨티가 고위 경영진을 대폭 교체한 것은 이사회와 경영진 개편을 요구하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정부측은 팬디트팀이 지난 가을 금융위기 이후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퇴임이 예상됐던 비크람 팬디트 CEO는 자리를 지켰다.

우량자산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10일(현지 시간) 새로 출범한 GM은 릭 왜고너 CEO 겸 이사회 회장이 지난 3월 정부의 사퇴 압력을 받고 퇴진한 뒤 CEO와 이사회 회장직을 분리했다. CEO는 프리츠 헨더슨이 맡았으며 이사회 의장에는 에드워드 휘태커 전 AT&T CEO 겸 회장이 선임됐다. 우량자산 인수와 동시에 출범하는 '뉴 GM'은 40일 만에 법원의 파산보호에서 벗어나게 됐다. 10명으로 구성될 뉴 GM 이사회도 이미 6명을 선임했으며,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4명의 이사를 조만간 선임할 예정이다.

GM에 앞서 정부의 신속파산 절차에 따라 새로 출범한 '뉴 크라이슬러'는 전략적 파트너인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가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 이사회 의장에는 전 듀라셀 회장인 로버트 키더가 선임됐다.

메릴린치 인수에 따른 후유증으로 부실 위험에 내몰렸던 BOA는 지난 4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 직을 분리했다. 두 직책을 모두 맡아왔던 케네스 루이스는 CEO 역할만 맡고 신임 이사회 의장에 애틀랜타에 있는 모어하우스대 명예총장인 월터 E 매시 BOA 이사를 선임했다. 신용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려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았던 AIG는 부실 경영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물러난 뒤 에드워드 리디 전 올스테이트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회사 회생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