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9일 정부 부처들이 내년에 쓰겠다며 재정부에 요구한 예산(기금 포함)이 298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합한 총예산 301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1.1% 줄었지만 본예산인 284조5000억원보다 4.9%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이 5%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재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지침을 사전에 내린 만큼 각 부처가 알아서 무리한 요구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분야별로는 보건 · 복지 · 노동분야가 8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인 10.1%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국방분야가 30조8000억원으로 7.9%,공공질서 · 안전분야는 13조1000억원으로 6.5%,사회간접자본(SOC)은 26조2000억원으로 5.7%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연구개발(R&D)과 녹색성장 분야는 정부가 경기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R&D 분야는 13조5000억원으로 책정돼 지난해 대비 9.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4대강 살리기를 포함한 녹색성장 분야,혁신 · 행복도시 지원,자유무역협정(FTA) 대책 등과 같은 국책 과제도 총 8조원가량 늘어났고 지출이 고정된 경직성 분야에서는 4대연금에서 4조5000억원 증액됐다.

반면 산업 · 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13조6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16.2%나 줄었고 교육분야는 35조7000억원으로 6.9%가 감소했다. 문화 · 체육 · 관광 분야도 3조3000억원으로 4.2%가 줄었으며 환경은 5조원으로 2.0% 감소율을 기록했다.

산업 · 중소기업 · 에너지 분야의 예산요구가 줄어든 것은 내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기관 출자,정책자금 예산을 올해보다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내년도 내국세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조6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영향을 미쳤다.

이색적인 예산 요구사항으로는 60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 치매 진단 및 감별 검사 등을 무료로 실시해주자는 사업이다. 13억원이 요청됐다. 시 · 청각 장애인 부모의 만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언어발달을 돕기 위해 월 20만원씩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예산도 10억원 요청됐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저탄소 녹색 시범단지 조성을 위한 표본도시 설계비로 10억원이 요구됐다. 하지만 이번 예산 요구안대로라면 우리나라가 내년에 갚아야 할 국채이자 규모는 20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3조8000억원이 늘어난다. 국채이자 규모가 매년 2조원 정도씩 늘어왔던 것에 비해 곱절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국채이자가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올해 추경예산을 위한 국고채 발행으로 전체 국가 빚이 2008년 308조3000억원에서 올해 366조9000억원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32.5%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38.5%로 뛰어올랐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