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노장'들이 항공기용 출입문(도어)을 개발, 러시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기부품 전문기업 샘코(대표 이창우)는 러시아 민간항공기 제조회사인 수호이 민간항공기(Sukhoi Civil Aircraft)에 약 1억5000만달러어치의 항공기 도어를 독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샘코가 만든 제품은 수호이 측의 100인승 중형 항공기인 'RRJ-100'용 도어다. 지난 5월 말 첫 선적분이 러시아로 떠났다.

10여 곳이 넘는 국내 항공기 기체 부품 전문기업 중 해외 항공기 제조사에 항공기 도어 완제품을 납품한 것은 샘코가 처음이다. 항공기 도어는 동체와 도어 간 공기 유출을 막고 항공기 내 · 외부 기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고도의 정밀가공 및 조립기술을 요구해 전 세계 항공업계에서 항공기 도어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 제품 일색이었다.

회사는 그간 미국의 항공기 제조전문 기업인 보잉과 항공기 부품 및 인테리어 시스템 등을 개발, 제조하는 B/E 에어로스페이스에 날개 부품과 도어부품을 각각 납품하다가 지난 5월 수호이사의 주문을 따내게 됐다. 이창우 대표는 "축적된 기술력과 품질이 국제적으로 알려져 B/E 에어로스페이스사의 추천을 통해 약 6개월에 걸친 수호이의 성능시험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샘코는 항공기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2000년 설립됐다. 이창우 대표(57),박능옥 생산관리부장(59) 및 이우동 품질관리이사(57)등 8명의 임원진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테크윈 출신으로 항공업계에서 연구원과 생산,품질관리직 등으로 평균 30년 이상 근무한 '올드보이'들이다. 이들은 평균연령이 57세로 2008년 1월부터 약 18개월간 총 20여억원의 개발비를 투입,연구한 끝에 올초 자체 기술로 항공기 도어를 개발했다.

이창우 대표는 "은퇴해 편히 쉬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30년 가까이 쌓은 노하우를 사장시키기보다는 후배들에게 전수해 국내 항공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고 싶었다"며 "일주일에 2~3일씩 밤을 새울 정도로 연구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샘코의 경쟁력 원천은 외산에 비해 빠른 납기와 저렴한 가격이다. 회사가 항공기 1대분의 도어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0일로 외산(평균 180일)보다 20% 정도 빠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 덕에 정밀 부품 조립에서 실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금 및 각종 생산비용도 60% 수준에 불과해 완제품 가격이 외산 대비 절반가량인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가격이 저렴해도 품질은 외산을 능가한다. 샘코 제품의 불량률은 외산 도어의 수십분의 1 정도다. 항공기 도어 제조에는 약 1600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밀 가공 및 조립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1600개 부품 중 평균 100개가 적절한 동작을 하지 못해 납기가 길어지고 고장도 생긴다"며 "외산과의 비교 시험 결과 우리 제품은 평균 4개를 제외하고는 정상 동작될 정도로 우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샘코는 유럽 일부 국가와 항공기 날개 및 도어부품 수출을 모색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부터는 한화 항공사업부와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 평균 매출은 50억원 수준.이창우 대표는 "올해 약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사천(경남)=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