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해킹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빈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는 `총성없는 전쟁' 또는 `제3차 세계 대전'으로 불리는 해커들의 무차별 공격에 대응하느라 비상이 걸려 있다.

국적 불명의 해커들이 날뛰면서 전 세계가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곤 해커들의 신원이 드러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각국 정부마다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해커들의 가장 주된 공격 대상으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국 정부 컴퓨터망에 침입하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4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최근 미국 연방 정부 전산망에 대한 해킹 시도와 악성 프로그램 유포 사례가 2007년 3천928건에서 2008년 5천48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는 국방부와 국무부, 국토안보부, 상무부 등이 보유한 비밀 문건을 훔치거나 전산망을 손상시킬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7일 밤까지 재무부와 연방무역위원회 등 정부기관 여러 곳의 웹사이트가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다운됐으며, 일부 웹사이트는 7일 저녁까지도 장애를 겪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해킹 공격은 처음 시작된 이후 사흘이나 이어지며 다른 때보다 장기화할 뿐 아니라 첨단 해킹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미 국방부의 차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의 일부 비밀 자료를 사이버 스파이가 빼내가는 사고가 발생, 충격을 던졌다.

해킹 대상이 된 자료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통합 공격전투기 F-35 프로젝트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수 사업으로 꼽힌다.

해커들은 당시 미 공군의 항공기 운항 통제 시스템에도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중순에는 러시아 해커들이 키르기스탄 정부와 미군 기지를 상대로 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퍼부은 적이 있다.

키르기스탄의 인터넷망은 한동안 불통 상태에 빠졌고 미군 공군 기지도 이메일 소통이 중단됐다.

또 지난해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공격할 당시 러시아 해커들은 그루지야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운영하는 전산망을 마비시켰으며,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웹사이트마저 다운시켜 버렸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할 당시 아랍권 해커들은 400여개의 이스라엘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미 국방부 전산망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일부 네트워크가 마비됐다.

캐나다 민간기구인 `인포메이션 워페어 모니터'(IWF)는 최근 중국 해커들이 103개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 전산망에 침투, 관련 문건을 빼돌렸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독일 슈피겔지는 지난 4월 독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독일 정부 컴퓨터에 대한 공격을 매일 탐지하고 있으며 해커 조직의 공격은 대부분 중국에서 온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처럼 해킹이 빈발하면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크게 부각되자 지난달 백악관 내에 '사이버 코디네이터'를 임명하는 한편 군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공격형 사이버 무기를 개발하게 될 국방부 지휘부 창설을 서두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