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시장 전망치의 배를 뛰어넘는 2조2000억~2조6000억원(글로벌 연결 기준)으로 제시하자 시장에서는 '역시 삼성'이란 얘기가 나왔다. 경제위기 이전의 경영 실적을 회복하며 '불경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는 평가다.

글로벌 소비경기 침체 속에서 일궈 낸 성적표라는 점도 주목거리다. 휴대폰이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에서 탈피,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휴대폰→TV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사각형 사업구조를 완성한 점도 돋보인다.


◆'6월 고비'는 없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수출기업들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했다. 세계 시장 수요가 지속될지 여부는 6월을 지나 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업계에서는 주요 구매선들이 보충한 재고가 실수요로 이어지는 현상이 뚜렷해 이른바 '6월 고비설'은 기우로 끝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패널은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수요를 대지 못하고 있으며,휴대폰과 TV도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의 힘

삼성전자는 2분기 중 반도체,LCD,휴대폰,TV 등 주요 사업에서 고루 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 부문이 돈을 벌면 반도체,LCD 등 부품이 이를 까먹어 온 구조가 해소됐다는 얘기다. 특히 휴대폰과 TV를 앞세우고 있는 완제품 부문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LED(발광다이오드) TV와 풀터치 폰 등 고급 제품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

조직 개편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제품군별로 나눠져 있는 총괄 조직을 완제품과 부품 등 두 개의 사업 부문으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중복 비용이 줄고 공동 마케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발생해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판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이달 상순 모니터와 TV용 LCD 패널의 거래 가격은 지난달 하순에 비해 7~8%가량 상승했다. 반도체 부문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꾸준히 올라 원가보다 높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부문이 상반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한다면 3조원의 분기 영업이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복병

향후 실적을 낙관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우선 상반기 '실적 도우미' 역할을 했던 환율 효과가 사그라들고 있다. 제품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와 원자재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윤우 부품(DS) 부문 부회장이 최근 사내 방송을 통해 "하반기에 환율 1000원대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는 전통적인 전자업계의 성수기로 제품 수요가 몰려 왔다"며 "매출 확대로 인한 이익이 환율효과 감소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