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공개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 공동주간사인 산업은행은 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첫 미팅을 갖고 대우건설 공개 매각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건설에 대한 실사 등의 공개 매각 일정과 매각 지분의 규모 등을 논의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 대우건설-금호, 협상 개시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와 만나 ▲대우건설 실사작업 절차와 일정▲대우건설 보유 대한통운 지분(24%) 및 풋백옵션 처리문제 ▲매각 지분 규모와 경영권 처리 등의 전반적인 공개 매각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산업은행은 일단 대우건설 인수를 원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가격을 높게 쳐준다면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사모펀드 등에도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대상자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매각 기업을 찾고 있는 해외 사모펀드들이 많다"며 "협상만 잘 되면 높은 가격에 팔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매각 지분에 대한 산업은행과 금호 측 간 이견은 쉽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50%+1주' 공객 매각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호 측 역시 대우건설 지분 39%와 경영권을 우선 넘기되 원매자가 원한다면 추가 지분 매각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걸림돌 처리 문제도 논의

산업은행은 또 금호아시아나 측과 대우건설의 대한통운 풋백옵션 문제를 매각 전에 해결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키로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작년 3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8곳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일정 가격에 되사주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이후 대한통운 주가가 20만 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2~3년 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수천억 원의 풋백옵션 부담을 져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부담해야 할 대한통운 풋백옵션 금액이 2천억~3천억 원 수준으로 많지 않다"며 "금호 측과 논의해 대우건설 매각 이전에 해결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의 공개 매각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정이 촉박해 대우건설 공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대우건설의 1순위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LG그룹은 이날 인수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금이 그렇게 없고 주력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건설 공개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인수하는 방안에 대한 사전 준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