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 문의전화 빗발…"물밑혼란 감지돼"

여야의 대치로 비정규직법 보완책 마련이 불투명한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조용한 대란'은 이틀째 계속됐다.

2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책부서인 노동부 고용차별정책개선과 공무원 11명은 전날부터 사업주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서 각각 5∼10건의 문의전화를 소화했다.

각 지역의 근로감독관들에게도 사업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주요 문의 내용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싶으니 잠시 해고했다가 채용하는 편법을 써도 되는가', `이달 안에 비정규직법이 개정될 것 같은가', `비정규직법이 개정되면 복직할 수 있느냐'는 등이었다.

이런 혼란 속에 노동부는 전국 지방관서의 근로감독관을 동원해 계약해지된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전날 집계된 5건 28명이 전부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동향이 `집계'되지는 않고 있지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혼란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목소리가 표출되지 않아 조용할 뿐 `대란'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80%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 있고, 각 사업장에서 실직 위기에 놓인 근로자가 2∼3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의나 반발이 물 위로 떠오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이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돼 비정규직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이익단체가 없다는 점도 매월 수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실직 위기에 노출되더라도 심각성이 부각될 수 없는 이유로 지적한다.

"강자들은 떠들 수 있다", "쌍용차 900명은 사회문제이고 비정규직 수십만명은 사회문제가 아니냐", "울지 않는 아이에게 떡을 줘야 한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되풀이되는 발언도 이런 맥락이라고 풀이한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는 비정규직 고용불안의 구체적 실태를 파악할 능력이 없지만 일단 올해 경제위기를 맞아 가동하기 시작한 실업대책을 활용해 계약해지된 비정규직들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고민을 해왔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이미 다른 실업자가 95만명이나 대기하는데 비정규직을 위해 별도로 실업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날부터 전국 고용지원센터에 비정규직 계약해지자를 전담하는 창구를 개설하기 시작하는 한편 실업급여ㆍ생계비대부,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 기존 프로그램의 활용을 권유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