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대형마트 입점'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홈플러스 병점점 내에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서울 강동점과 중계점 등 3곳의 홈플러스 지점 안에 은행 영업점을 열었는데,한 달여 만에 세 지점을 통해 3000명이 넘는 신규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새로 지점을 열고 고객 5000명을 확보하기까지 평균 1년이 걸리는 점에 비춰보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라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태영 하나은행 마케팅본부장(부행장보)은 "홈플러스 지점은 근접성,영업시간,공간 등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여느 지점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며 "핵심은 은행을 가족이 함께 오는 곳으로 만든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은행 영업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영업시간이 가족 고객에게 맞지 않은 점 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대출받을 때는 물론 예 · 적금에 가입할 때도 부부가 상의해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은데 현재의 은행영업 체계는 이 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지점이 개설된 홈플러스 병점점,강동점,중계점은 모두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다. 최 부행장보는 "이 지역 주민들은 통상 2~4주에 한 번은 가족 단위로 홈플러스 지점을 찾는다"며 "이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하나은행 지점을 방문할 기회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업시간도 바뀌었다. 하나은행 홈플러스 지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고 설날과 추석 당일을 빼고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저녁시간대와 주말 및 휴일에 영업하면서 가족 단위 고객,특히 부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내부 공간도 여느 지점과는 다른 모습으로 꾸몄다. 은행 출입구를 완전 개방해 유모차나 쇼핑카트를 갖고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개별 창구는 가로,세로 각각 2.5m의 박스 형태로 만들어 고객이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지점 한편에는 인터넷 라운지도 마련했다. 아내가 쇼핑하고 은행 업무를 보는 사이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남편들을 위한 배려다.

최 부행장보는 "금리와 같은 가격 요인만으로는 경쟁 은행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없는 시대"라며 "서비스 강화를 통해 편리하고 편안한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올 연말까지 홈플러스 지점의 성과를 지켜본 뒤 이 같은 방식의 영업점을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