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신용경색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비상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중 일부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인플레 억제 등을 겨냥,그동안 중앙은행이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에서 서서히 발을 빼기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FRB는 25일 성명을 통해 기간물 입찰 대출창구(TAF)와 기간물 국채임대 대출창구(TSLF)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다음 달 13일부터 TAF 입찰 규모가 1500억달러에서 1250억달러로 줄어든다. 금융사 보유 유가증권과 대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TAF 입찰은 현재 2주에 한 번씩 이뤄지고 있다. FRB는 금융 시장 상황을 감안해 TAF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채전문딜러(PD)에 국채를 대출해주는 TSLF 프로그램 역시 입찰 규모가 축소된다. 공사채와 공사 보증 모기지증권을 담보로 한 TSLF는 7월부터 없애고 투자등급 회사채와 지방채 등을 담보로 한 TSLF는 입찰 간격을 현행 2주에서 4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FRB는 시장 기능이 아직 취약한 것을 감안해 PD에 중앙은행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한 프라이머리딜러 대출창구(PDCF)와 기업어음을 매입해주던 기업어음 자금 대출창구(CPFF) 등의 운용시한은 내년 2월1일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연말 운용시한이 만료되는 기간 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의 연장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축소로 FRB의 자산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FRB의 총자산이 전주 대비 469억달러 줄어든 2조3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FRB의 자산은 작년 12월 2조31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월가는 이 같은 FRB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축소에 대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빚어졌던 최악의 신용경색이 해소된 데 따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지만 금융 시장이 정상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