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이 27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인상방침이 천명된지 이틀만이다.

원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요금동결로 쌓인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해소나 가격 기능을 통한 수요관리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인상이 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상내역을 자세히 뜯어보면 가격기능을 통한 에너지 수요억제 원칙이 중심을 이루고는 했지만 경제난에 따른 서민층 배려도 함께 강조돼 인상요인을 모두 해소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 심야전력. 산업용 전력.가스 집중 타깃 = 이번 요금인상에서 핵심 타깃이 된 부분은 전력산업의 '애물단지' 심야전력이다.

지난 1985년 부하가 적은 심야시간으로 전력사용을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제 수요를 맞추려면 원자력, 석탄화력 등의 기저발전으로는 부족해 발전원가가 가장 비싼 액화 천연가스(LNG) 발전까지 돌려야하기 때문이다.

심야전력 수요를 맞추려 더 사들인 LNG만 1억3천만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8% 인상에 이어 2013년까지 요금을 계속해서 올리고 내년부터 신규 신청을 받지 않으면 요금 인상이 마무리될 시점까지는 초과수요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보상률이 90%선으로, 다른 요금을 적용받는 계층으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는 격인 산업용 전력요금도 평균 6.5% 올리고 가스요금도 산업용을 열병합 발전이나 열 전용설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9.8%(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인상하기로 했다.

전력요금의 경우 산업용을 더 크게 올리고 일반용 인상률은 2.3%로 제한하면서 두 요금간 원가보상률 격차는 종전 12%포인트에서 8.4%포인트로 줄어들었다.

◇ 두드러진 '서민' 코드 = 이번 요금인상의 또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정부가 요새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서민'코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물론, 원가보상률이 38.3%에 불과해 인상이 가장 시급한 농사용마저 요금이 동결됐다.

주택용 요금이 동결되면서 이제 산업용 요금의 원가보상률은 97.4%로, 주택용(95.8%)보다 더 높아졌다.

요금동결에 이어 주민등록 기준 세 자녀 이상 가구면 자녀 연령에 상관없이 일정비율을 깎아주는 방안도 내주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심각하게 검토했던 주택용 요금의 누진폭 축소도 일단 보류했다.

전기를 덜 쓰는 서민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고려에서다.

주택용 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는 모두 6단계로 구성돼 저압용 주택요금의 경우 최고구간 요금이 최저구간 요금의 11.7배에 달하며 최저구간 요금은 원가보상률이 50%를 밑돌 정도다.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누진제 축소문제를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나 당장 시행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집중 인상대상인 심야전력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사회복지시설에는 적용 할인율을 높여 현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고 신규 공급 중단조치도 배제된다.

가스요금 역시 산업용이 10% 가까이 오르지만 주택용은 5.1%만 인상된다.

◇ 연료비 연동제 내년 시범실시..전압별 요금체계 도입도 = 하지만 서민 중시정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가격을 통한 수요관리와 원가에 상응하는 요금을 물리는 정책기조는 유지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가스요금처럼 원가변동을 반영해 요금을 정기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내년 시범실시하는데 이어 2011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 7개로 구분돼 용도마다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현행 요금제도 구분을 2∼3개 정도로 최소화하고 전압에 따라 요금을 적용하는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송.배전비용이 덜 드는 고압전력일수록 요금이 싸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연내 추가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원가와 투자보수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요금을 올린다는 원칙도 천명됐다.

김영학 지경부 제2차관은 "하반기 추가인상을 전제로 이번 요금을 올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각각 1조2천억원, 3천39억원의 자구노력을 하고 요금을 올려도 과거의 누적 적자를 다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해 지속적 인상이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