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보험은 보장축소 대상 제외 논란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시장이 혼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개인의료보험의 입원치료비 보장 한도를 오는 10월부터 100%에서 90%로 축소하고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외래비와 약제비를 5천~1만 원에서 최대 2만8천 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유증이다.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를 중심으로 "제도 변경 이전에 가입해야 100% 보장받을 수 있다"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또 보험업법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보험 상품을 팔고 있어 유사보험으로 불리는 우체국보험 등은 이번 제도 변경 대상에서 빠져 있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지금 가입해야 100% 보장"..절판 마케팅
2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 22일 개인의료보험의 보장 한도 축소를 발표한 직후 D보험대리점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의료비보장 100%→90% 축소..바뀌기 전에 가입해야 100% 보장됩니다'라는 광고가 실렸다.

이른바 `절판 마케팅'이다.

그러나 동일 상품에 중복 가입해도 이중으로 보험금이 지급 안 되고 3년이나 5년 뒤에 계약을 갱신할 때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안내하지 않고 있다.

한 보험대리점의 상담원은 "정부가 7월 중순에 감독규정을 바꿔 10월부터 시행한다고 하지만 보험사에서 그 이전에라도 보장 한도를 축소할 수 있다"며 은근히 가입을 압박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보험사들의 절판 마케팅으로 가입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보장 한도 축소로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좋아지면 보험료 인하로 이어진다고 밝혔으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험료 부담 경감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개인의료보험의 월 보험료가 보통 3만 원대인 점을 고려할 때 보장 한도가 100%에서 90%로 축소되면 보험료 인하 폭은 몇천 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좀 덜 내고 병원 치료비의 10%, 최고 200만 원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서민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보장축소 논란 가열..유사보험은 제외
보장 한도 축소를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정부가 나서서 보장 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개인의료보험의 손해율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손해율 관리는 영리기업인 보험사가 알아서 하기 마련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 이익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계약 갱신 때마다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일괄적인 보장 한도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원리상으로는 보장 한도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보험사들이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로서는 보험사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제도 변경 과정에서 보험 상품의 심사와 인가, 감독을 맡고 있는 금감원과는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또 유사보험은 이번 제도 변경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 우체국보험은 100%, 농협공제는 80% 보장 상품을 팔고 있다.

금융위는 내달 초부터 소비자가 개인의료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는지 보험사의 확인을 의무화해 중복 가입을 막을 계획이지만 유사보험에 대해서는 중복 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금융위 성대규 보험과장은 "유사보험은 담당 부처가 달라서 금융위에서 규제할 수 없다"며 "우선 보험사에 적용하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바꿔 시행한 뒤 부처 협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최윤정 기자 kms1234@yna.co.kr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