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규제에 시비를 건 것은 차세대 하이테크 산업의 생사를 건 싸움으로 해석된다. 희귀금속은 단순히 매장량이 적은 자원이 아니라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필수 원자재다. 예컨대 란타늄 등 희토류 금속은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고성능 전기모터의 핵심 소재다. 네오듐이 없으면 휴대폰,냉방기,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의 크기를 줄이지 못한다. 망간이 안 들어가면 고급 철강을 뽑을 수 없고,인듐이 없으면 액정표시장치(LCD)도 생산이 안 된다. 하이테크 제품일수록 희귀금속의 사용이 많다고 보면 된다. 결국 중국의 자원무기화로 첨단산업의 생존에 위협을 느낀 미국과 EU가 협공을 시작한 셈이다.


◆중동엔 석유,중국엔 희귀자원

"중동에 석유가 있으면 중국엔 희귀자원이 있다. " 중국 개혁 · 개방의 전도사인 덩샤오핑이 1980년대 초 한 얘기다. 지구에 존재하는 네오듐의 93%는 중국에 묻혀 있다. 텅스텐은 90%,안티몬은 86%,인듐은 55%가 중국 영토 안에 있다. 이 밖에 수십 가지의 희귀금속이 중국 땅에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이 매장돼 있다. 덩샤오핑의 발언은 과장된 게 결코 아니다.

중국은 이런 희귀자원을 전략물자로 선정,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2007년부터 5~25%의 특별관세 등을 부과하며 희귀자원이 국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원유에만 해당되는 줄 알았던 자원의 무기화가 중국의 희귀자원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 · 중 무역분쟁 가열

중국의 수출 통제로 하이테크의 종주국인 일본이나 미국 등은 거의 패닉 상태에 몰렸다. 백금은 2004년 1월 온스당 850달러 하던 게 지난 23일 현재 1165달러를 웃돈다. 그나마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게 이 수준이다. 2004년 1월 파운드당 27.5달러하던 코발트는 2008년 1월 파운드당 45달러까지,망간은 t당 1625달러에서 3525달러까지 치솟았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외에는 공급할 수 없는 자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네오듐을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첨가해야 하는 원료인 디스프로슘은 현재까진 윈난성 외의 지역에선 생산이 안 된다. 과장하자면 중국이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과 EU의 중국 제소는 무역분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이 PC에 의무적으로 유해 콘텐츠 차단 프로그램을 깔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벼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에 맞서 중국이 자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한 조치(바이 차이니스) 역시 심각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어 중국을 둘러싼 무역분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에도 불똥

한국도 화학주기율표 51~72번 사이에 들어가는 산업용 희토류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전기 · 전자 분야다. LCD 편광판,발광다이오드(LED),삼파장 전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트륨(Y),테르븀(Tb) 등 희토류를 형광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작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희토류는 6000t이다. 첨단 제품의 필수 소재지만 워낙 극소량이 사용돼 정부가 선정한 6대 전략 광물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이정호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