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편의점 등은 만원 잔돈 수요 걱정

5만원권이 23일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은행을 통해 시중에 유통됐다.

시민들은 5만원권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전부터 은행 창구를 두드렸고 택시, 편의점 등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곳에서는 만원권 잔돈을 준비하는 문제로 고심하기도 했다.

은행 당국이 5만원권을 일련번호 구분없이 무작위로 배포하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9시 한국은행 1별관 창구 앞에는 사상 최고액 화폐인 5만원권을 먼저 교환하려 몰려온 시민 80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고두승(68)씨는 "이번에는 돈을 무작위로 공급한다고 하지만 한국은행 본관에서는 그나마 앞번호 지폐를 주지 않을까 해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새 돈을 손자, 손녀 등 가족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화폐 수집가인 김모(55)씨는 "20여년간 취미로 돈을 수집했다.

과거 1천원권, 5천원권이 나올 때에도 한국은행에서 받았다.

오늘 사들인 돈의 일련번호가 앞번호는 아니지만 기념으로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명동 모 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형준(59)씨는 "시중은행 본점에 오면 번호 빠른 지폐를 얻을 수 있을 줄 알고 일부러 아침부터 강남에서 왔는데 번호가 안 좋아 실망했다"며 "그래도 유통 첫날 얻은 신권이니 가족들과 나눠 갖겠다"고 말했다.

항상 잔돈 걱정을 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은 5만원권의 등장으로 만원짜리 잔돈이 많이 필요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스름돈으로 1천원이나 100원짜리 동전을 주로 준비했는데 택시비로 5만원권을 낼 때를 대비해 만원권 지폐를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벌이도 시원찮은데 거스름돈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 엄모(45)씨는 "영업 도중 잔돈을 보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택시 요금으로 5만원짜리를 내는 것은 좋은데 택시 기사들 형편을 배려해서 요금이 적어도 2만원 이상 올랐을 때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걱정은 편의점 업계에서도 나타났다.

노량진의 한 편의점 직원은 "이곳 손님들은 물건을 많이 사 봤자 담배나 음료수 몇 개 정도인데 5만원권을 내면 4만원 이상을 잔돈으로 드려야 한다"며 "가뜩이나 새벽에는 강도가 들어올 위험이 큰데 잔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강남 무역센터 인근 편의점 직원은 "현금 출납기에는 지폐 보관 칸이 1천원, 5천원, 1만원 등 3칸밖에 없는데 5만원권이 새로 생겨서 돈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전성훈 김연정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