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계 3~4위권을 달리고 있는 스미토모금속은 2003년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고 등록 · 면허세 경감 혜택도 누렸다.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산업재생법을 적용한 것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마친 스미토모금속은 2005년 기준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액을 2002년 대비 133% 향상시키는 성과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일본 구조개혁 정책의 국내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과 같은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산업재생법은 우량 기업이 부실화하기 전에 자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닛산,샤프,산요,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 등이 이 법의 혜택을 입었을 만큼 적용 범위가 넓다.

반면 한국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이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등은 부도 우려가 있는 기업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기 때문에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기업은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며 "도움이 되기는커녕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도 각종 인센티브를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일본식 모델이 효율적이라는 게 전경련의 지적이다. 일본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주무 장관에게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세제 ·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상법,민법상의 혜택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자산평가손의 손금삽입 인정,주주총회 결의 면제,등록 · 면허세 경감,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의 가격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동시에 받은 미쓰이광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조조정촉진법 등 개별 법률을 통해 구조조정 지원책을 규정하고 있어 지원의 범위가 제한적인 한국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산업재생법의 '파일럿 테스트' 조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조항은 규제 완화와 관련된 요구가 타당한지 미리 가늠,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파일럿 테스트'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본 산업재생법과 비슷한 법안을 만들어 한국 상황에 맞게 운영할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설비투자를 확대하거나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신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