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린(린이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는 23일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자본이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돼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 부총재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히며 '초국적 케인스식 경기 부양'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 수요를 늘리고 민간 소비를 촉진하는 케인스식 정책을 실행하자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그가 전 세계에 걸친 과잉 생산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국민이 대출을 갚고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생산설비는 그대로 남아 잉여 설비와 잉여 노동력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케인스식 처방이 세계적인 국가 공조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린 부총재는 그 이유에 대해 "선진국은 자금은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는 반면 개도국은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린 부총재는 또 경기 부양의 목적은 국가별로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인 '병목'을 해소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도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열악한 사회 기반시설을 개선하면 개도국의 성장률이 높아져 세계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과 교수(전 IMF 부총재)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세계은행이 공동주최한 개발경제 컨퍼런스에서 신흥 개도국의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선진국 위주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도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흥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더 많은 의결권을 줘야 한다는 데 IMF도 동의했고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관해서는 "자유무역은 경쟁을 촉진하고 성장을 가져오며 제품의 질을 높인다"며 "경제 규모가 작은 빈국일수록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는 이런 효율을 가져올 수 없다"고 경고했다.

크루거 교수에 이어 발제한 사이먼 존슨 미국 MIT 슬론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의 금융 부문에 대한 방임을 꼽았다.

존슨 교수는 "지금의 미국 정부처럼 금융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며 "대마불사인 대규모 금융회사가 중심이 된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서 실패의 파급효과가 작은 소규모의 금융회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호/박신영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