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전시회에 설치된 영상 및 음향장치나 실내 무대장치를 전시회 및 공연 도중 필요한 시각에 가동,정지시키는 '컴퓨터 기술총감독'이 등장했다.

디지털미디어 연출 전문기업 디지큐(대표 김정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무대장치 및 음향 영상 전시장비들의 가동을 제어하는 쇼 컨트롤 시스템인 '미디어론 매니저'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프랑스의 이벤트 및 무대장비 제어시스템 전문회사인 미디어론의 원천기술을 응용해 디지큐가 제작한 것이다. 무대장비 자동 통제시스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 · 폐막식을 비롯해 미국 및 유럽 등에서는 주요 행사 때마다 이용되고 있지만 국내에 이를 도입한 것은 디지큐가 처음이다.

미디어론 매니저는 무대 및 전시장 설치용 영상,음향,조명,특수효과 장비를 통제한다. 시스템의 중앙 CPU가 프로그램에 따라 각종 장비가 움직이거나 멈춰야 할 시각에 맞춰 장비를 제어하게 된다. 특히 여러 장비를 동시에 다룰 수 있어 전시장에서 음향과 영상이 타이밍에 맞춰 나와야 하거나 공연 중 대사나 노래에 맞는 영상을 백 스크린에 띄워야 할 경우 서로 타이밍이 어긋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예컨대 뮤지컬 공연 중 배우가 '캐딜락'이라는 단어를 읊을 때 미국산 자동차인 캐딜락이 스크린에 동시에 나타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현장 스태프끼리 무전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음향장비나 영상장비 등을 작동시켜야만 해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람이 장비를 조작하면서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막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시스템은 2008년 5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디지털 미디어쇼와 황룡사 9층탑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이용,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경북 경주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문 라이트 레이저'쇼 등에 사용됐다. 최근에는 뮤지컬 '드림걸즈'에도 이용됐다.

회사 관계자는 "영상과 음향이 동시에 나오면서 무대가 통째로 움직일 경우에도 0.1초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히 맞아 떨어져 공연 집중도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며 "드림걸즈에서 조명과 음향 및 무대의 움직임까지 서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돼 공연의 완성도를 최대로 높여 공연 및 전시기술에서 새 장을 열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메인시스템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백업 시스템이 가동되는 등 안정감 높게 설계돼 있다.

인건비 절감 효과도 크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는 소규모 공연이라도 음향,조명,무대 등의 장비를 작동시키는 데 각각 1명의 기술자가 필요해 총감독을 포함해 최소 4명을 투입해야 했다"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현장스태프 1명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2007년 9월 설립된 디지큐는 지난해 약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0억원 수준.올해는 인천세계도시축전 멀티미디어 쇼 및 인천 U-씨티 홍보관 등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김정희 대표는 "미디어론 매니저를 널리 보급하는 것과 더불어 공연이나 전시장의 각종 장비를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공연문화를 선진화 하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