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디아(중국과 인도)가 브릭스 발목을 잡는다. '

중국과 인도의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공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브릭스 첫 정상회담이 열린 지 고작 이틀 뒤인 18일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인도가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지역을 개발하는 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ADB의 명예와 회원국의 이해 모두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 대변인은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ADB에 경고까지 했다.

ADB는 인도가 2012년까지 시행하는 빈곤퇴치 프로그램에 모두 29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6000만달러를 인도와 중국 간 영유권 마찰이 빚어져온 아루나찰 프라데시 지역에 할당했다. ADB 이사회는 당초 지난 3월 인도에 대한 지원책을 심의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발로 연기했다가 지난 16일 이를 통과시켰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이 지역을 둘러싼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했으나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인도 정부는 중국산 휴대폰 유제품 완구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고 동방조보가 19일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단말기고유인증번호(IMEI)가 없는 휴대폰이 테러용으로 악용돼도 추적할 수 없다며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IMEI가 없는 휴대폰은 대부분 중국과 대만산 저가 짝퉁 제품으로 인도에 이미 3000만대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이와 함께 24일로 만료되는 중국산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수입금지를 6개월 더 연장하면서 중국산 초콜릿과 사탕을 수입금지 대상에 추가했다. 또 중국산 완구를 겨냥,국제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완구의 수입금지도 2010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게다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브릭스 정상회담 뒤 가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축통화를 다른 통화로 바꾸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여서 적절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브릭스 중 달러 흔들기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브릭스 4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다음 주 스위스 바젤에서 무역결제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친디아 간 불협화음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 하루 뒤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결제시 위안화와 루블화 사용을 확대하기로 합의하는 등 탄탄한 공조를 과시했다. 현재 양국은 연간 550억달러에 이르는 교역액 중 5% 정도를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