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상반기에 재정을 앞당겨 투입하다 보니 하반기 재정 여력도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민간부문 투자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다음 달 초 기업환경개선대책과 민간투자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빠듯한 하반기 '나라곳간' 사정

정부가 올해 연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는 집행관리예산(인건비 등 기본경비를 뺀 주요 사업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72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 상반기(1~6월)에만 본예산 156조1000억원,추경예산 4조7000억원 등 160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상반기 집행관리예산인 109조원과 비교하면 51조8000억원(47.5%) 늘어난 것이다. 연초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한 결과다.

문제는 하반기다. 하반기 정부의 집행관리예산은 본예산 101조6000억원,추경예산 10조4000억원을 포함해 112조원가량으로 지난해 하반기(109조원)에 비해 불과 3조원 정도 많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성장률을 예상보다 높게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하반기엔 재정으로 경기를 끌어올릴 여력이 부족하다"며 "결국 민간부문 투자가 되살아나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투자 활성화 수단이 없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투자는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없다. 기업 설비투자(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 1월 25.9% 감소한 데 이어 2월 -19.5%,3월 -23.3%,4월 -25.3%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다음 달 초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3차 기업환경개선대책과 민간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책에는 기업에 부과하는 준(準)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을 없애고 수도권 입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규제 완화에 따른 실제 투자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2~3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해서 기업 투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공장 증설을 허용한다고 해서 (하이닉스가) 돈이 없고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데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세제지원 여력도 없어…

일각에선 규제 완화보다 투자유발 효과가 뛰어난 세제지원 혜택을 줘야 투자가 살아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일본,중국 등 경쟁국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고 하이브리드카와 천연가스버스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세제 지원을 해주기엔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국가 부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고 내년에는 46%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세제 지원을 해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제혜택 없이 기업의 R&D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제도개선을 하려 하는데 기업투자를 늘릴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