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금융에 정통했고 네트워크도 강했다. 종합상사맨은 금융에 해박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30년 가까이 일했고,사장까지 지낸 분인데…."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으로 있을 때 같이 일했던 한 임원의 말이다. 강 사장의 경력이 해외 석유기업 인수 · 합병(M&A)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 중인 석유공사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강 사장이 회사의 '몸집 불리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매물 탐색과 거의 동시에 해외 자금조달에 나서 적기에 낚아채는 방식이다. 석유공사는 이미 지난 2월 페루 석유기업 페트로텍의 지분 50%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경영권을 확보했다. 6억달러 이상을 사모사채 등을 통해 조달한 뒤였다. 당시 이슬람은행인 말레이시아의 CIMB를 비롯해 DBS 스탠다드차타드 노바스코셔 등 4개 은행이 자금을 댔다.

'몸집 불리기'를 위한 실탄 확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홍콩시장에서 역시 DBS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8개 은행에 주간사를 맡겨 3년 만기 일시 상환 조건으로 2억7000만달러의 해외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바클레이즈캐피털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등 6개 투자은행을 자문사로 선정,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방침이다. 잇따른 자금 확보는 또 하나의 M&A 대상에 대한 탐색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신호다.

외신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스위스 아닥스와 인수를 위한 사전 협상을 벌였다. 아닥스는 이라크 쿠르드에서 하루 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중견 기업이다. 시가총액만 6조4000억원 규모여서 인수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 확보가 선결요건이다. 아직 인수 협상 초기 단계인 데다 경쟁사들도 있어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강 사장은 평소 "정부가 공기업을 도와주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유공사가 연내 또 하나의 '대어'를 낚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