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포스코가 최근 인수했거나 인수하려 했던 회사의 공통점은? 정답은 회사 이름에 모두 '대우'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요즘 들어 해운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연간 7000만t의 원료를 수입하고 1000만t 가량의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해운회사 하나쯤 있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회사가 대우로지스틱스다. 먹을거리를 뺏기게 생긴 해운업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판이 깨지진 않았다.

작년에는 사활을 걸고 조선업체 인수를 강행하기도 했다. 막판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아깝게 놓치긴 했지만 아직 마음 한구석엔 연정이 있다. 이 회사 역시 '대우' 간판을 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다. 이 밖에 지난해 4월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이 2000여억원을 주고 사들인 회사도 대우엔지니어링이다.

포스코와 대우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누구보다 사이가 가깝다.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사가는 자동차 회사들을 물량 크기별로 줄을 세우면 첫 자리는 GM대우가 차지한다. 국내 조선회사 가운데 포스코 후판(厚板) 비중이 가장 높은 곳 역시 대우조선해양이다. 포스코의 수출 물량을 소화하는 여러 종합상사 중 물량 비중이 가장 큰 곳도 대우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 자회사이자 종합상사인 포스틸보다도 거래량이 많다.

포스코와 대우.이쯤이면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찰떡궁합이다. 왜 그럴까?

해석은 여러가지다.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각별했던 인연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함께 했던 두 인물은 서로 여러 측면에서 배포가 맞았다고 한다.

포스코가 미국 피츠버그에 US스틸과 합작으로 UPI라는 철강회사를 차릴 때나,포스코가 신제품을 만들어 판로를 개척할 때도 김 전 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포스코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전언이다. 포스코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안정적인 철강 물량을 공급해 왔다. 이런 전통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와 삼성 등 대우보다 덩치가 더 큰 그룹들의 경영전략이 포스코와 충돌한 측면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대제철을 통해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서면서 아무래도 포스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삼성 계열사들은 철강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신속하게 구입선을 바꾼 탓에 물량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