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거품'도 제기"

각국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 자금으로 `구제금융 거품(Bailout Bubble)'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일부 시장에서는 경기회복과 관련된 투기 거품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기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과잉 유동성 공급이나 경기 회복 기대에 편승한 투기 거래의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작년 말 종가보다 높아져 올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지적하면서 이는 금융시장에 정부 자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13일 보도했다.

한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직간접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총 11조4천억달러를 배정했고 이중 약 2조4천억달러가 집행됐다.

이 자금은 직접 금융제공뿐 아니라 연준의 대출, 세제 혜택, 지급보증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됐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은 6천억달러 규모의 직접적인 경기부양 자금지출을 선언한 바 있고, 러시아는 2천900억달러, 영국은 1천470억달러, 일본은 1천550억달러의 부양책을 마련했다.

간접적인 경기부양 자금까지 합하면 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모건스탠리의 세계경제 부문 공동대표인 조아킴 펠스는 "찍어낸 돈은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면서 "그것이 원자재 가격과 주식가격을 밀어올렸고 신흥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선진국 시장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은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뿐 아니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데도 원인이 있다.

선물시장에서 은(銀) 가격은 작년 12월의 저점으로부터 59%가 급등했고 구리 가격은 90%, 옥수수는 45%나 올랐다.

원유 가격은 125%의 상승세를 보이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증시의 주가는 지난 겨울의 저점 대비 12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베트남은 116%, 인도네시아는 76%나 급등했다.

요즘 베트남 탄 비에트 증권사가 계좌를 신규 개설하거나 수면 계좌를 다시 활성화해주는 규모는 하루에 50개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경기침체가 빨리 끝나지 않을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진다.

신문은 아직 과거 거품 붕괴 때의 수준까지 가진 않았지만, 투기적인 해외시장과 경기 회복 관련 투자에서 또다시 거품이 커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과거 IT거품이나 주택시장 거품 때처럼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늘어나는 재정 적자로 인해 유동성 확대를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고 몇 년 내에 세금인상이나 재정지출 축소 등을 통해 늘어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실패하면 극심한 인플레와 달러가치 폭락이라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늘어난) 유동성은 단기채권부터 주식가격과 자산가격, 사람들의 개인 자산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