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추공 출신이 국제자본을 중국으로 끌어오는 관문 홍콩의 증권거래소 대표에 올랐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내년 1월 홍콩증권거래소(HKEx)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찰스 리 JP모건 중국법인 회장(사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어도 모르지만 석유시추공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금융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특이한 경력과 중국 정부와의 탄탄한 인맥 덕분에 홍콩 거래소 수장에 오르게 됐다.

부모가 모두 석유 엔지니어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 북서부의 간쑤성에서 석유 시추공으로 일하면서 라디오로 영어를 독학했다.

샤먼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의 기자로 일한 그는 단돈 50달러를 들고 부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앨라배마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다시 장학금을 받고 컬럼비아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메릴린치 중국에 이어 2003년 JP모건 중국의 회장으로 일을 하면서 중국 국영기업들의 상장과 해외 인수합병(M&A)에 깊숙이 관여했다. 2005년 중국 석유회사 중국해양석유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나설 때도 그가 있었다.

찰스 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성공은 곧 주식회사 중국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며 "홍콩을 진정한 국제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