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가 신속파산 절차에 돌입한 지 42일 만에 글로벌 생산 6위의 '크라이슬러 그룹 LLC'로 재탄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우량자산 20%를 인수함에 따라 제휴가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결합으로 생산 대수는 2008년을 기준으로 420만대로 늘어나 크라이슬러(12위)+피아트(10위)의 순위는 6위로 뛰어오른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그룹 지분을 향후 35%까지 늘릴 수 있다. '뉴 크라이슬러'는 2012년까지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전지업체 듀라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로버트 키더가 크라이슬러 그룹 이사회 회장을 맡게 되며,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CEO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CEO를 겸임한다. 로버트 나델리 현 크라이슬러 CEO는 서버러스 캐피털로 옮겨간다. 브랜드별 CEO도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다.

피아트는 4기통 엔진,자동변속 장치,디젤 엔진 등 소형차 기술을 크라이슬러에 제공하고 소형차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내년 후반께 크라이슬러 상표를 단 소형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신차는 내년 봄 출시되는 지프의 신형 그랜드체로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크라이슬러는 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강점을 갖춘 피아트의 판매망을 이용해 자동차를 수출할 계획이다. 피아트는 내년 초 미국시장에 소형차 '피아트 500'을 내놓고,2011년엔 고급차 '알파로메오'를 선보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과제는 판매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작년 10.6%에서 지난달 8.5%로 감소하는 등 전망은 불투명하다. 피아트와 제휴한 소형차가 나올 때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위주인 현재 라인업으로 버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