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9일(현지시간) "올해 말 미국시장에 본격 출시할 신형 에쿠스는 현대차의 위상과 이미지를 크게 높일 차량으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기아차의 첫 미국 공장인 조지아공장이 계획대로 내년 1월 가동에 들어간다"며 미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한 · 미 친선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뉴욕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주최한 '2009 밴 플리트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일류 메이커' 도약 추진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내년 1월 가동은 현대 · 기아차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36.5%나 줄어들면서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 빅3은 물론 도요타 등 각국의 주요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폐쇄하거나 줄이고 있지만 현대 · 기아차는 계획대로 현지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현대 · 기아차도 미국 시장의 불황을 감안해 조지아 공장 가동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정 회장은 내년 1월 가동을 못박으며 갖은 억측을 일축했다.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에서 연비가 좋은 신형 쏘렌토R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중 · 소형차 모델을 새로 투입해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앨라배마 공장에선 쏘나타와 싼타페를 만들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또 지난해 초 출시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현대차의 첫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에 이어 올해 말에는 초대형 세단 신형 에쿠스를 투입,'대형 세단도 잘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꾀하기로 했다.

현대차 미국법인(HMA) 관계자는 "신형 에쿠스는 BMW 7시리즈 및 렉서스 430 등 최고급 모델들과 정면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며 "판매가를 고급차에 걸맞게 5만~6만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10여대의 차량을 미국에 보내 시장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미국 시장에 적합한 모델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점유율 10% 고지 눈앞

올 들어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 선전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이슈다. 현대차의 미 시장점유율은 강한 중 · 소형차 라인업에 할부 구매자가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마케팅 전략이 큰 힘을 받으면서 올 1~5월 기준 4.2%로 올라서며 5% 돌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3%에 못미쳤었다. 기아차 역시 파격 디자인의 박스카 쏘울 등 중 · 소형차 모델들이 선전하면서 시장점유율 3% 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현대 · 기아차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7.3% 수준으로 지난해(5.4%)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판매대수에서도 현대 · 기아차는 올 1~5월 28만7302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7.4% 줄긴 했지만,35~46%나 급감한 미국 빅3 및 도요타,혼다 등에 비해선 크게 선전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선전에 대해 "모두가 열심히 한 결과"라면서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형 에쿠스가 출시되면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질주를 '계속 진행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수언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