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아직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시점은 아니라며 경기부양에 무게를 둔 통화 및 재정정책의 기조를 바꾸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은 비용 상승과 수요 증가 두 가지"라며 "지금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수요가 워낙 미약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지표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민간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수준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주가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인플레이션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 원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선제적 대응론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금리를 올리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방향 전환의 정확한 시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고 금리를 올렸는데 만약 경기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진국 경제에서 확실한 회복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는 현재의 통화 및 재정정책 기조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