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조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 경제기구 수장들이 잇달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와 추가 경기 부양의 부담 등을 언급한 가운데 각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내 미 금리 인상 가능성 62%"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8일(현지시간) 연 1.41%로 최근 3거래일 동안 0.5%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지난 5일에는 하루 새 0.35%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3월 중순 연 2.5%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최근 3.87%까지 뛰었다. 독일과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3.69%와 3.88%로 작년 말 2.95%와 3.02%에서 상당폭 올랐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선물은 FRB가 오는 9월 금리를 현행 연 0~0.25%에서 0.5%로 올릴 가능성을 36%로 반영했다. 이는 일주일 전 15%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11월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한 주 전의 26%에서 62%로 높아졌다. 피터 잰코브스키스 오크브룩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FRB가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달러 가치와 해외로부터의 미 국채 매입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달러화 가치는 이날 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난달 28일 이후 최고치인 유로당 1.3806달러까지 뛰었다.

FRB 내 매파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은 미래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을 조이는 데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도 "시장은 인위적인 초저금리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믿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 전에 시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IMF 총재 "급격한 인플레 올수도"

아직까진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렵고 핵심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여 각국 중앙은행이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조기 금리인상설을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선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국채 발행 물량 증가에 무게를 뒀다. 올 들어 이달 5일까지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 재원 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는 9852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약 2.4배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초점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중앙은행의 유동성 직접 공급(양적 완화) 축소 및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으로 옮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칸 총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경기 후퇴 끝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위험이 있다"며 "위기 후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가 오는 9~10월께 전환점을 맞고 내년 상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최대 숙제는 막대한 재정적자 및 공공부채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졸릭 총재도 "더 이상 경기 부양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면서 "신용 경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양만 이뤄지면 (몸에 나쁜) 당도(糖度)만 높아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르겐 슈타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집행 이사도 "유로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 ECB가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