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 작업이 삐걱대고 있다. 중국 쓰촨 텅중중공업에 '허머' 브랜드를 팔기로 한 GM은 중국 정부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에 지분 일부를 넘기려던 크라이슬러의 계획은 미 대법원의 매각 보류 명령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뉴 GM'과 '뉴 크라이슬러'로 거듭나려던 계획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미 '빅3' 자동차업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 GM · 크라이슬러 빨간불

텅중의 허머 인수와 관련,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인수를 불허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화통신은 8일 '자동차기업의 해외 인수 · 합병(M&A)은 가격보다 매입 대상이 더 중요''허머의 가치는'이라는 2편의 기사를 통해 세계 유명 브랜드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쓸모가 없으며 오히려 큰 부담만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GM이 허머 매각을 위해 중국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을 수차례 찾아가 설득했지만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감 트렌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일화를 소개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루중위안 부주임은 "텅중의 허머 인수는 정부가 주창해온 생태문명 이념과 배치된다"며 관계 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텅중은 이날 자사 웹사이트에 "허머를 중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피아트에 지분 20%를 매각하려던 크라이슬러의 계획도 미 정부가 정한 시한인 15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막판 암초를 만났다. 미 대법원은 이날 크라이슬러 소액 채권자인 인디애나주 연기금 3곳의 긴급 유예신청을 받아들여 크라이슬러 주요 자산을 피아트에 매각하는 작업을 잠정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크라이슬러의 채무 69억달러 가운데 4250만달러를 빌려준 소액 채권자들은 크라이슬러의 자산 매각이 선순위채권자인 자신들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자산 매각 보류 기간은 한시적"이라고 못박았지만 15일을 넘기면 피아트가 협상을 폐기할 가능성도 있어 크라이슬러의 회생 계획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사브 인수전엔 3개사 참여

이런 가운데 GM이 매각 계획을 밝힌 스웨덴 '사브' 브랜드 인수전에는 3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스웨덴의 슈퍼카 메이커인 코닉세그,사모펀드 렌코 등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는 지난 2월 스웨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70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다. 법원은 오는 8월20일까지 사브 매각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GM은 사브 지분 전부를 팔거나 90% 이상을 매각하고 10% 이하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GM의 오펠 · 복스홀 브랜드를 인수한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뱅크는 이날 복스홀의 영국 공장 2개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였다. 마그나는 GM에 GM유럽 시보레 브랜드의 러시아 판매권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이 밖에 GM은 7월 말까지 중형트럭 생산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방침을 정했다.

폭스바겐과 합병을 추진 중인 포르쉐는 90억유로에 달하는 부채 해결을 위해 중동 국부 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에 지분 25%를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매각금액은 포르쉐 시가총액이 82억유로에 달하는 만큼 20억유로 이상이 될 전망이다. FT는 이에 따라 지지부진한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합병 진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 회장이 포르쉐에 "합병하려면 먼저 부채를 해결하라"고 밝힌 이후 양측 간 협상은 잠정 중단됐다.

김미희/오광진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