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의 특허소송에서 '다윗'의 국내 중소 부품업체가 '골리앗'의 세계 최대 일본 자전거 업체를 이겨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자전거 부품 중소기업인 엠비아이에 따르면 일본 특허청은 이 회사가 세계 최대 자전거 회사인 일본 시마노사(社)를 상대로 낸 자전거 변속기 특허권 침해와 손해배상 청구소송 무효 심판 청구 심결에서 지난 4월 6일 승소판결을 내렸다.

엠비아이는 시마노사를 상대로 지난해 3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자전거 변속기 특허권 침해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시마노사가 자국 특허청에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하면서 1년여간 양측이 법적공방을 벌여왔다.

회사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특허청은 심결 당시 피해 배상 규모를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소송비용에 대해 시마노사가 부담할 여지가 있다"면서 "앞으로 시마노사와 합의가 이뤄져야 겠지만 손해배상과 독점적 특허 권리 기간의 로열티를 합쳐 약 1조원의 합의금액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부품 관련 연구를 해오다가 지난 2005년 설립된 엠비아이는 자전거 내장형 변속기와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모터 변속기 등 자전거 관련 특허 14개를 전세계 38개국에 출원, 등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특히 자전거 내장형 변속기의 경우 국내보다는 유럽과 일본에 많이 보급돼 있으며 이를 시마노사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엠비아이와 특허권을 두고 마찰을 빚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엠비아이의 유혁(26) 대표는 "시마노사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지난 2003년부터 무단 도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에 대한 소송을 2004년부터 준비해왔는데 승소를 해 기쁘다"면서 "시마노사는 싸우기 어려운 세계적 규모의 기업인데다 일본도 자국민 보호 관행이 있을텐데 외국 기업인 엠비아이의 손을 들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앞으로 국내 자전거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특허권을 적극 방어하고 기술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엠비아이는 앞으로 미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4개국에서도 시마노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