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들,파이프를 들고 경찰을 폭행하는 화가 난 군중들의 모습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저해합니다. "

21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태미 오버비 대표(51)는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강경한 시위문화 등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해달라는 요청에 지난해 나온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1면을 꺼내 들었다. 촛불 시위대가 경찰들을 둘러싸고 폭행하는 사진이 실린 신문이었다. 오버비 대표는 "이런 사진들이 보도되면 한국의 이미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외치는 원색적인 구호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버비 대표는 "한국의 조용한 다수는 과격하지 않은데 일부 매체가 목소리 큰 소수의 얘기만 보도해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철수한 월마트의 사례를 들며 한국기업의 경쟁력도 강조했다. 그는 "처음 월마트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 유통시장 구조가 월마트 위주로 재편될 것을 두려워했지만,경쟁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살아 남았다"며 "한국과 같은 경쟁 시장에서 살아난 기업들은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오버비 대표는 1994년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했을 당시와 현재의 '미사일 위기'를 비교하면서 한국의 변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1994년엔 북한의 협박에 국민들이 라면과 생수를 사재기했지만 최근의 '미사일 위기'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쌓였다는 것.그는 "한국 국민들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이고 외국인들도 동요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믿고 있다"고 했다.

1988년 AIG 서울사무소에 부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오버비 대표는 21년간 한국에 머물며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1995년 암참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미국 의원들에게 한 · 미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워싱턴 도어녹' 행사를 주도하는 한편 한 · 미 비자 면제 프로그램 이슈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오는 11일 미국으로 돌아가 7월1일부터 워싱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21년 동안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마법과도 같았다"며 "귀국 후에도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